“철통같은 동맹 지속” 강조
전문가들 “필리핀에 국방비 증액 요구할 수도”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둔 가운데, 동맹인 미국을 업고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맞선 필리핀은 미국의 지원 지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국 외교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필리핀에 대한 안보 공약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전문가들도 차기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도전에 맞서서 필리핀을 계속 지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7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메리케이 칼슨 주필리핀 미국 대사는 전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미국은 필리핀에 “변함없는 친구이자 철통같은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칼슨 대사는 미국의 필리핀군 지원이 미 의회에서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 점은 필리핀군 현대화에 5억달러(약 7000억원)를 지원하고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필리핀 기지 9곳의 개선에 1억2800만달러(약 1천0790억원)를 배정한 미 법안에서 잘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또 2016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거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나왔을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나와서 판결에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고 언급했다.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도 전날 한 행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안보 동맹인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우리는 양자 방위 협력 뿐만 아니라 경제적 관계도 계속 강화하고 향상할 것”이라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번영하는 필리핀이 미국에 더 나은 동맹국이자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1기 동안 필리핀 같은 나라가 동맹의 측면에서 미국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우 분명했다고 말했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 주미 대사를 맡은 이후 공화·민주 양당 모두와 강력한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가 중국 대응을 주요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필리핀에 대해 안보 공약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호주 소재 지역안보연구소(IRS)의 크리스 가디너 대표는 중국이 남중국해와 대만 주변에서 미국의 결의를 시험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는 약하다고 여겨지기를 원하지 않아 그런 도전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디너 대표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지난 4월 필리핀에 반입된 미국의 최신 중거리 미사일 체계 ‘타이폰’의 배치를 포함해 필리핀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2기가 필리핀 등 동맹국을 대신해 전쟁에 나가기를 꺼릴 수 있으므로 동맹국들이 방위력 자립을 위해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디너 대표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필리핀과 일본에 더 많은 국방비 지출과 부담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중기적으로 트럼프를 위해 남중국해 등지에서 자국 군사력 배치를 줄이고 그 대가로 미국과 더 나은 무역·산업 협정을 체결하는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 대학원의 앨런 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가 미국 경제를 우선시하면서 “중국과 강경하게 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협조하지 않으면 트럼프가 필리핀을 무장시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맞서도록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