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기자 상대로 손배소
1·2심 패소
대법, 패소 판결 확정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심재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본인이 거짓 자백을 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기사 내용 일부가 허위로 드러났지만 대법원은 언론사가 이를 진실로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며 책임을 묻지 않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심 전 의원이 한겨레신문과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심 전 의원 측 패소로 판결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심 전 의원은 한겨레가 2004년과 2005년, 2018년에 출고한 자신의 학생운동 시절 기사 3건이 허위사실을 담고 있어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내며 “5000만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며 “명예회복을 위해 기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해당 기사는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던 심 전 의원에 대한 보도였다. 한겨레는 심 전 의원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피의자로 조사받으며 구타와 강압에 의해 ‘김 전 대통령에게 지시와 돈을 받았다’는 허위 자백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심 전 의원이 1995년 이를 바로잡는 진술서를 썼다는 내용도 있다.
1심은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심 전 의원 측 패소로 판결했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민병삼)는 2021년 8월께 이같이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심 전 의원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기사 내용의 대부분은 직접 작성한 진술서에 그대로 기재돼 있는 내용이거나 그 진술서의 기재 내용 및 사건과 관련한 정황 등에 근거해 작성된 것”이라며 “기사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심 전 의원은 판결에 불복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기사 내용 일부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언론사의 손해배상 책임 및 기사 삭제 의무까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 강민구 정문경 이준현)는 2022년 6월께 심 전 의원 측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되고, 일부 인정되는 허위사실에 대해서도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명예훼손 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어 “심 전 의원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과 지시를 받았음을 시인했다는 부분은 명백한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했다. 다만 언론사가 군부독재 시절 생성된 자료에 접근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고, 심 전 의원이 공적인 인물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손해배상 책임까진 인정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2심)에 명예훼손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심 전 의원 측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사가 허위로 밝혀지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언론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사안”이라며 “객관적 허위사실이더라도, 기사 작성·게시 행위가 위법하지 않는 이상 기사 삭제 청구도 인용될 수 없다는 법리를 선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