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해부 교육 보고 누락분 제출 요구 이후 3개 대학서 39건 회신
[헤럴드경제=이용경·박지영 기자]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유료 해부학 강의가 논란된 이후 보건복지부가 전국 의과대학에 ‘해부 교육’ 관련 전수 조사를 실시했으나, 일부 대학들로부터 총 39건의 보고 누락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현행법상 해부 교육 실시는 대학의 의무적 보고 사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기증시신 및 해부학 교육에 대해 보다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선 관련 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된 상태다.
6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30일까지 3개 대학으로부터 해부 교육 실시와 관련한 총 41건의 누락 보고건을 추가로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24일 “행정착오로 인해 제출이 누락된 해부 참관 수업 목록이 확인돼 해부 교육 목록 관련 자료의 재검토를 요청드린다”며 전국 의대·치대·한의대 63곳에 누락 자료를 다시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헤럴드경제가 같은 날 복지부의 ‘보고 요청’을 패싱한 일부 의과대학 사례를 지적한 직후 이뤄졌다. 당시 헤럴드경제는 연세대 치대에서 카데바를 활용한 해부 실습 교육이 실시됐는데도 올해 6~7월 복지부가 실시한 ‘해부 교육 관련 현황 조사’에 관련 내용이 전혀 보고되지 않았던 사실을 파악해 보도했다.
현행 시체해부법 제18조의2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시체가 훼손되거나 시체에 대한 예의가 지켜지지 못할 우려가 있을 때만 복지부 차원에서 연구기관이나 연구자에게 보고 또는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즉, 해부 교육과 관련해선 각 대학에 보고 의무가 없는 탓에 이 같은 보고 누락을 위법이라 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복지부가 ‘해부 교육 관련 조사’를 실시할 당시에도 법령에 근거한 조사가 아닌, 각 대학들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대학이나 병원에 기증한 시신에 대한 상시적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 허술한 관리감독 실태가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가 지난 9월 추가 공문을 보낸 뒤 회신받은 41건 중 39건은 실제 대학들이 해부학 교육을 실시했음에도 복지부에 관련 보고를 누락했던 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보고 누락건이 당초 논란됐던 민간업체 등과 연계된 해부학 교육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가 누락됐던 39건 중 30건은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해부 교육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의사를 대상으로 한 해부 교육 건은 4건, 의대 내부 교육 건은 4건, 타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건은 1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39건 외에 나머지 2건은 해부학 수업을 실시한 대학에서 관련 내용을 복지부에 보고 및 제출할 때 오기재한 것을 수정해 다시 제출한 건으로 나타났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일부 의대가 헬스트레이너와 필라테스강사 등 비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료 해부학 강의를 개설해 논란이 일자, 지난 6월 17일부터 7월 12일까지 약 한 달에 걸쳐 기증 시신의 사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복지부 조사 결과, 2022~2024년까지 63곳 의대에 기증된 시신은 총 4657구였다. 이 중 45.4%(2113구)는 전공의와 전문의 등 의사 교육에 쓰였고, 34.6%(1610구)는 의대생을 위해 사용돼 전체의 80%가 의학 전공자 교육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는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계열 전공자에 대한 교육에 18.6%(867구), 검시관·구급대원·체육전공자 등 기타 인력에 대한 교육에 1.4%(67구)가 활용됐다.
한편 해부 교육은 의학 전공자 800건(74.3%), 전공자 외 277건(25.7%) 등 총 1077건 실시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의대 17곳은 의학회 등 의사단체와 타대학, 민간교육업체 등 외부 기관과 연계해 교육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중 4곳은 의료기기업체와 민간교육업체 등과 함께 교육을 실시해 의사 대상 160건, 간호사 1건, 물리치료 전공자 1건, 체육 전공자 4건이 진행됐다.
당시 복지부는 기증 시신이 목적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해부 교육의 타당성 및 윤리성 등에 대한 사전 심의를 의무화하고 기증 시신을 영리 목적 등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의대에 기증된 시신 현황과 교육 현황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선 시체해부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각각 6월과 7월 시체해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해당 개정안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특히 기증시신을 활용한 해부 교육 현황 보고를 각 대학들에 의무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의 시체해부법 개정안도 지난 9월 발의됐다. 장 의원 안에 따르면 ‘제9조의10(시체의 일부를 이용한연구에 관한 보고)’ 조항을 신설, 허가받은 기관의 장이 복지부장관에게 매년 시체의 일부를 이용한 연구에 관한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담겼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령 개선 관련해서 국회의원실에서 질의요청해 오는 건들을 계속 복지부 차원에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