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환자·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 늘면서 동네 소아과 인산인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 올해 만 벌써 2만명 넘어· 전년대비 9.8배
전문가 “손 위생 마스크 착용 위생 관리 중요”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10월 중순에 다섯 살 첫째 아이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걸렸는데 18개월 된 둘째도 옮았어요.” 5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의 한 소아과. 다섯살 남아와 18개월 여아가 최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걸려 병원을 찾았다는 이모(35)씨의 말이다.
최근 날씨가 쌀쌀해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소아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 어린이와 청소년 소아 환자가 늘고 있다. 이날 오전 용산구의 한 소아과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대기 소파에는 아이를 안고 있거나 등을 토닥이는 부모와 아이들로 붐볐다.
병원에서 만난 김모(36) 씨는 다섯 살 딸아이와 진료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주말 아이가 열이 40도까지 올라 놀랐다는 김씨는 “응급실 진료는 힘들다고 해서 해열제를 먹이고 다음 날 병원이 열자마자 진료를 보러 갔다”며 “유치원에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옮은 것 같은데 폐렴인지 아닌지 검사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7살 아이와 함께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나온 박(41) 씨는 “밤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거나 기침이 심하면 걱정이 된다”며 “2주 전부터 아이가 기침이 심해서 약을 처방 받으러 왔다”고 답했다.
마이코마플라스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의해 발병하는 급성호흡기 감염병이다. 10월말~11월 초 환자 수가 늘어나며, 국내에서는 3~4년 주기로 유행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마지막 유행 이후 올 가을 들어 급속히 확산하는 추세다.
6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 감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26일 기준(43주 차)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입원 환자는 2만1847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29명 대비 약 9.8배 늘어난 숫자다. 10월 셋째 주 (10월 20일부터 10월 26일까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입원 환자는 830명으로, 7~12세 초등학생 환자가 263명으로 가장 많고, 6세 이하 환자가 208명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 구로구의 한 소아과도 상황은 비슷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약국에서 만난 장모(35) 씨는 “7살 아이와 곧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감기 증상이 있는데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잠복기간이 길다고 해서 가서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고 답했다.
약사 최모(35)씨는 “환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약 처방이 예년에 비해 2, 3배 이상 늘어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최씨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바이러스성 폐렴과 달리 세균성 폐렴으로 항생제 치료가 우선이라”며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단독 감염이어도 치료 기간이 긴데 요즘은 복합 감염이 발생해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위생,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소아의 경우 감염병이 유행하면 폭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어 ,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2~3년을 주기로 유행하던 감영병으로, 지난해에도 유행했지만 올해는 더 큰 규모로 확산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코로나 19시기에 감염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최근 들어 걸리기 시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잠복기간은 1~2주로 초기 증상은 감기 증상과 비슷하지만 근육통이나 고열과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기침을 하는데 해열제를 먹고도 회복이 잘되지 않는다면 조기에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