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電·SK하닉 주가, 9~10월 2개월 연속 ‘逆의 상관관계’
‘20만닉스’ 찍으며 상승할 때 ‘5만전자’로 추락
外人 7556억 순매수 SK하닉 vs 13조 순매도 三電
트럼프勝 ‘칩스법’ 수정 vs 해리스勝 中 범용 반도체 추격…韓 반도체 숙제
“AI 밸류체인 내 존재감 클 수록 정책적 리스크 무관 경쟁력 갖는 시점”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이자 반도체주(株)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 ‘역동조화(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현상이 최근 들어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9~10월 두 종목 간의 주가 흐름이 ‘역(逆)의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지난 2015년 4~5월 이후 무려 9년 4개월 만에 2개월 이상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 주가가 빠른 속도로 내달릴 때, HBM에서만큼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범용(레거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5일(미 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종목별 주가 차별화 양상이 심화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20만닉스’ 찍으며 상승할 때 ‘5만전자’로 추락
5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가 제공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대 일간 주가 간의 월별 상관계수를 도출했다. 이 결과 올해 9월 두 주가 간의 상관계수는 ‘-0.02’로 ‘마이너스(-)’ 진입한 데 이어, 지난 달에는 ‘-0.67’로 역동조화 현상이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놓고 봤을 때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간 상관계수는 지난 2월 ‘-0.64’, 5월 ‘-0.51’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기록은 2016년 3월 ‘-0.81’ 이후 8년 7개월 만에 기록한 가장 큰 ‘역의 상관계수’ 값이다.
주목할 지점은 9월에 이어 10월까지 2개월 연속 ‘역의 상관계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2개월 연속으로 ‘역의 상관계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4~5월 이후 112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최대 산업 섹터인 반도체 부문을 맨 앞에서 함께 이끌어 온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이 정반대 방향을 향한 것이 그만큼 흔치 않았던 셈이다.
올해 9~10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제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두 종목간에 보여 준 ‘역주행’ 현상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9월 삼성전자 주가 등락률이 -17.23%(7만4300→6만1500원)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 SK하이닉스 주가 등락률은 0.52%(17만3700→17만4600원)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10월 들어선 삼성전자 주가 등락률이 -3.74%(6만1500→5만9200원)에 그치며 ‘5만전자(삼성전자 주가 5만원 대)’로 내려 앉았을 때, SK하이닉스 주가는 6.70%(17만4600→18만6300원) 오르며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지난달 25일에는 20만1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2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20만원 대)’에 올라서기도 했다.
국내 증시 주가 흐름을 좌우하는 ‘큰손’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액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9~10월 외국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에 대해선 755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반면, 삼성전자에 대해선 13조841억원어치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각각 외국인 투자자 종목별 순매수액 1위, 순매도액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의 주가 흐름이 이처럼 엇갈린 결정적인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HBM 부문의 성과를 꼽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미국 마이크론 9%였다. 무엇보다 엔비디아의 선택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든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단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 ‘HBM3E’ 12단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AI 밸류체인 내 존재감 클 수록 정책적 리스크 무관 경쟁력 갖는 시점”
금융투자업계에선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 반도체 ‘투톱’ 주가의 변동성을 심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의 주가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단 평가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시행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대해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고 발언하며 미국에 투자토록 지급되던 보조금 대신 고율 관세 부과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다. 대만 TSMC를 예로 들긴 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단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반도체 관련 정책을 전면 수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증권사 반도체 관련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관련 법안은 공화·민주 양당 간 합의 처리한 결과물인데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닦은 토대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현(現)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에도 반도체법 관련 언급은 대만의 공급망, 미국 내 일자리 등과 관련된 강력한 레토릭(수사)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리가 오히려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계는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로 인해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며 “레거시 반도체 등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던 트럼프 1기와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AI, 첨단공정 위주의 제재만 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산 반도체에 따른 국내 반도체 수요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 요소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 후보 누가 당선돼도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입는 업종으로 반도체 섹터를 꼽는 경우도 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은 ‘겨울’이 아닌 만큼 전체적인 기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스나이더 UBS 애널리스트는 “공화·민주당 정부 모두 ‘리쇼어링’에 공을 들여왔고, ‘칩스법’도 같은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라며 “미국은 이제 리쇼어링을 통한 재산업화 초기 단계에 진입 중이며, 관련 시장 규모가 10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략 산업 섹터로 꼽히는 AI에 필수적인 국내 반도체주의 경우 단기적 주가 변동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론 호재가 이어질 것이란 해석이다.
한편, 이 같은 맥락에서 AI용 반도체에 강점을 지난 SK하이닉스와 범용 반도체에 특화한 삼성전자의 주가가 차별적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AI는 어떤 정부든 미국의 핵심 전략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당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AI 밸류체인에서 존재감이 클 수록 정책적 리스크에 무관하게 펀더멘털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SK AI 서밋 2024’에서 HBM3E 16단 제품을 개발 중이며, 내년 초 고객에 샘플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처음 공식화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직접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세대 HBM ‘HBM4’ 공급 일정을 6개월 앞당겨 달라 직접 요청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오는 2026년 출시 예정이던 HBM4 12단 제품은 내년 하반기 출하를 계획 중이다. 아직 HBM3E 8·12단 제품 공급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머문 삼성전자와 격차가 더 크게 보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