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한국피자헛이 갑작스레 기업회생과 ARS(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가맹점으로부터 취한 부당이득 210억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오자 회생 절차를 통해 가맹점주들과 합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부장 오병희)는 지난 4일 한국피자헛 유한회사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 및 ARS 프로그램 신청을 승인했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의 중재 하에 회사와 채권자가 협의하는 일종의 ‘조정’이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한국피자헛의 재산이 채권자에 의해 처분되지 않도록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도 내렸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이해관계인 사이의 불공평, 경영상의 혼란과 기업존속의 곤란으로 채무자 재건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전처분은 사업자가 재산을 도피·은닉할 수 없도록 변제금지·일정액 이상의 재산 처분이 금지된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를 상대로 한다.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또는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를 금지한다.
한국피자헛의 갑작스런 회생 신청 배경으로는 최근 항소심 판단이 나온 가맹점주들과의 소송 결과가 지적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9-3부(부장 손철우·황승태·김유정)는 최근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한국피자헛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피자헛에 원고들에게 2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한국 피자헛이 수년 동안 국내 가맹점주들과 협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붙여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취지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로가 가맹점에 상품 원재료, 부재료 등을 공급하면서 마진을 붙여서 파는 것을 말한다.
2018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공정거래위원회 등록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을 적게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가맹점주들은 매달 고정 수수료(총 수입의 6%)와 광고비(총 수입의 5%) 등을 본부에 지급하는데 영업에 필요한 원자재에 마진을 붙이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합의’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210억원을 가맹점주들에게 물어줘야 할 상황이 되자 판결 가집행에 따른 회사 운영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회생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한국피자헛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영업손실 3억원, 4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20억원에서 869억원으로 14.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