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월만에 최저 상승폭 기록
채소류 15.6%↑ ‘김장물가 부담’
석유류는 10.9%↓ 15개월만 최대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를 기록하면서 3년9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 9월 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대로 떨어졌던 물가 상승률은 2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면서, 물가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10월에는 특히 석유류 가격이 1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물가를 끌어내렸다. 반면 배추, 무, 상추와 같은 채소류 물가는 2년 만에 가장 많이 올라 김장철 물가 부담을 가중시켰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상승했다. 2021년 1월(0.9%) 이후 처음 3년9개월(4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9월에는 농축산물과 석유류 물가 안정세로 1.6%를 기록했다. 10월엔 9월보다 0.3%포인트 추가하락하며 2개월째 1%대를 기록했다.
10월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린 것은 석유류다. 석유류는 지난해 10월보다 10.9%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0.46%포인트 낮추는 데 기여했다. 석유류 하락폭은 1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서 공업제품 가격 상승률 역시 1년 전보다 0.3% 하락하면서 2021년 2월(-0.8%) 이후 44개월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반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1.2% 올라 전체 물가를 0.1%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채소류가 작년 같은 달보다 15.6% 오르면서 2022년 10월(22.1%)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장 재료인 배추(51.5%), 무(52.1%) 등 채소는 50% 넘게 뛰었고 상추도 49.3% 올랐다. 쌀 가격은 8.7% 떨어지면서 작년 1월(-9.3%) 이후 21개월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사과(-20%), 포도(-6.5%) 등 과일류 가격도 안정세가 이어졌다.
서비스 물가는 2.1% 상승했다. 외식을 비롯한 개인 서비스 물가는 2.9% 오르며 전체 물가에 0.96%포인트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밥상 물가’에 직결되는 신선식품 지수는 1.6% 상승률을 기록하며 1%대로 내려앉았다. 생활물가 지수 상승률도 1.2%를 기록해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1.8%를 기록해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7% 상승했다.
공미숙 심의관은 이와 관련 “과실류 등은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면서도 “채소류와 석유류는 기상이변 및 국제 정세 등 외부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중반,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둔화했는데, 이는 물가 안정의 기반이 견고해지는 과정”이라며 “향후 근원물가가 2% 부근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훈·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