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 치상 혐의

1심 벌금 400만원→2심 무죄

대법, 무죄 판결 확정

교통사고 전치 2주 나왔어도…대법 “자연 치유라면 상해 아냐”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전치 2주 진단서를 받았더라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었다면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설령 상처를 입었더라도 자연스럽게 치유될 정도에 그쳤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 보호구역 치상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12월께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주행하던 중 9세 피해 아동을 차량 앞 범퍼 부분으로 충격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아동은 횡단보도의 녹색불이 1~2개 남아있을 때 뒤늦게 길을 건너려 했다. 사고 이후 아동은 아버지에게 “자동차가 앞에서 멈춰 서서 ‘툭’ 부딪혔다”고 말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은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하다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했을 때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때 상해란 신체의 생리적 기능에 장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정도를 의미한다.

수사기관은 아동이 사고 당일 정형외과에서 발급받은 전치 2주의 인대 손상 등 진단서를 근거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A씨 측은 “차량으로 피해자를 충격한 정도는 아니었다”며 “설사 약간의 접촉이 있었더라도,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12형사부(부장 권성수)는 지난 1월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피해자가 넘어지진 않았지만 충격으로 몸이 흔들리는 장면이 확인된다”며 “만 9세의 어린이라 비교적 작은 힘에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량과 피해자가 충돌한 사실 자체는 인정할 수 있고 충격을 가볍게 보긴 어렵다”며 “설사 피해자가 병원에서 추가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

2심에선 무죄로 뒤집혔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9형사부(부장 윤승은)는 지난 7월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차량에 살짝 부딪혔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사고 후 아동이 평소처럼 등교해 수업을 듣는 등 일상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도 아버지에게 ‘툭 부딪혔을 뿐 딱히 아프지 않다’고 했으며 외관상 멍이 들거나 붓지도 않았다”며 “특별한 치료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치 2주 진단서에 대해서도 2심 재판부는 “이것만으로 상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진단서의 상해 부위가 차량과 접촉한 허리 아랫부분 뿐만 아니라 상체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어 교통사고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