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음식 찾는 소비자…업계, 물량 확보 총력

수온 변화에 굴·방어 등 수산물도 생산량 줄어

유통가는 이른 겨울 맞이 할인행사 ‘고객 잡기’

귤・딸기는 어디쯤 왔니? ‘겨울 제철과일’ 실종사건 [이른 추위, 다른 소비]
지난달 8일 제주시 애월읍 하귀농협 유통센터에서 선과 작업이 한창이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귤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트에 가서 상품을 보니 먹음직스럽지 않아 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이모 씨)

“날씨 경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온이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제철에 맞는 품목으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수요 대응이 어렵습니다.” (대형마트 관계자)

늦더위에서 이른 추위로 변화가 빨라지면서 밥상에 오르는 먹을거리가 달라졌다. 겨울 제철 수산물은 수온 변화로 사라졌고, 가을을 누리지 못한 과일은 예년보다 늦게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노지 온주 밀감 생육 상황은 전년 대비 부진하다. 노지 온주 상품은 통상 10월부터 나오는데, 늦더위 이후 기온이 빠르게 떨어진 탓에 자라날 시간이 부족했다.

올해 감귤 생산량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39만9000톤 수준으로 전망된다. 평년보다 4.1%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달 출하량도 전년보다 8.8%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지 온주 농가는 8월 이후 고온과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해충 발생이 늘어나고, 열과(과일이 갈라지거나 터지는 현상) 피해가 증가했다. 올해 감귤 열과 피해율은 9월 중순까지 12.6%로 전년 보다 4.3%포인트 늘었다.

유통업계는 11월부터 감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11월 출하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시세도 약 10% 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귤・딸기는 어디쯤 왔니? ‘겨울 제철과일’ 실종사건 [이른 추위, 다른 소비]
지난달 25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방어회 할인 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딸기 역시 출하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전국적인 폭염으로 죽은 모종을 뽑아내고 새로운 모종을 심는 보식 작업이 이뤄져 생산량이 줄었다. 업계는 딸기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시점을 평년보다 늦은 11월 말부터 12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 B 대형마트 관계자는 “제철 과일은 출하량과 관계없이 특정 시기가 되면 수요가 몰린다”며 “평년보다 출하 시기가 늦어질 것을 대비해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스마트팜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겨울철 수산물도 비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대표적 겨울철 수산물인 굴은 지난달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7.2% 줄어든 750톤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8일 기준 올해 들어 고수온으로 폐사한 굴은 7628줄(1줄당 약 14만2000마리)이라고 밝혔다. 이는 작년(916줄)보다 8배 많은 수준이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굴은 최근 고온 현상으로 인해 산지 폐사율이 높고, 선도가 좋지 않다”며 “직접 산지에 나가 좋은 상품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산 방어는 10월 중순부터 자취를 감췄다. 일부 기업은 ‘방어 양식 시스템’을 적용해 물량 확보에 나섰다. 여름에 1㎏급 작은 방어를 잡아 겨울까지 바다에서 생육·관리하며 축양하는 방식이다.

유통업계는 등돌린 소비자를 잡기에 분주하다. 각종 할인 행사는 물론, 물량 확보까지 경쟁이 치열하다. 주요 대형마트도 이른 겨울에 대비해 방어회 할인 행사를 전년보다 1~2주 앞당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겨울철 음식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 발길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