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 두산로보틱스 자회사 만들기 ‘안간힘’
비율 조정해 ‘1주’ 더 받는 에너빌리티 주주
얼라인파트너스, 밥캣 주식교환 포기 공표 요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두산그룹이 지난 7월 처음 공개한 사업 재편안은 해를 넘겨 마무리될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이자 그룹 핵심 자산인 두산밥캣의 상장폐지 계획은 접었으나 분할합병안을 두고 여전히 주주 원성은 높다. 국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을 기업가치 개선 대상으로 지목한 만큼 두산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딜로이트안진에 의뢰한 평가가치를 바탕으로 사업부문 분할합병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이를 두산로보틱스로 흡수합병하는 작업이다. 투자 사업부문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 자산 두산밥캣 지분 46%가 담길 예정이다.
두산밥캣은 그룹에서 상징적인 자산이다. 2007년 5조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동원해 유동성 위기의 단초가 됐다. 그 결과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 채권단 체제를 피하지 못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두산밥캣만은 팔지 않았다. 두산밥캣의 작년 말 연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6351억원, 견조한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두산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두산의 사업 재편안은 수개월째 전체 주주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배주주인 ㈜두산에 유리한 점이 부각되는 탓이다. 두산의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율은 30%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68%다. 분할합병 이후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소유 지분율은 56.8%로 희석되지만 여전히 과반은 넘는다. 의결권 지분이 높은 자회사에 알짜 자산 두산밥캣을 편입할 경우 지배주주의 실익이 커진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 비지배주주의 생각은 다르다. 기술기업 두산로보틱스 주주가 되는 점에도 저항감을 가지며 두산밥캣 분할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의 자산 공백 역시 부담 요소다. 분할합병 비율을 상향 조정했으나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보유 주식이 100주일 경우 기존보다 1주 더 받는 상황이다.
양사는 주주총회 통과와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대응도 필요하다. 주주와 협의를 위해 제시한 매수 가격은 두산로보틱스가 8만472원, 두산에너빌리티가 2만890원이다. 시가보다 높은 수준으로 주주들은 차익 실현에 나설 개연성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6000억원,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원이다. 한도를 초과할 경우 추가 대책이 필요해진다.
분할합병과 별개로 두산밥캣은 행동주의펀드 압박이 시작된 점도 특징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 지분 1%를 취득하고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요구 사항은 ▷두산로보틱스와 시가 기준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 완전 철회 ▷주식교환 진행 시 공정가치 기준으로 공개매수 등 다른 방법 강구 ▷주주와 적극적 소통 등이다.
앞서 사업 개편안이 처음 공개된 7월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주주와 주식 교환을 통해 밥캣 상장폐지를 계획했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 시가가 본질가치 대비 고평가돼 있고 두산밥캣은 저평가된 시점에 ‘시가’에 의존한 주식 교환에 반대 목소리가 컸다. 일단 해당 계획은 접었으나 스캇 성철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2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추후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적정 가치 수준을 딱 잘라 제시할 수는 없지만 포괄절 주식교환이 재차 이뤄진다면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가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두산밥캣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만큼 주식교환에 대한 논의와 소통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