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등 혐의
1·2심 징역 35년
대법, 판결 확정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돈내기 윷놀이를 하다 20만원을 잃자 격분해 이웃 주민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살해한 60대에게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살인,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은 A(62)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35년, 10년 간의 전자발찌(위치추적 정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와 피해자는 약 20년 전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사건은 2022년 11월께 전남 고흥군의 한 컨테이너에서 벌어졌다. 당시 이들은 4~5명이 모여 돈내기 윷놀이를 했다. A씨는 20만원을 잃었는데 피해자가 다음 판을 거부하고 컨테이너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A씨는 격분했다.
그는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컨테이너 안으로 끌고 온 뒤 피해자를 쇼파에 앉혔다. 이어 휘발유가 들어있던 기름통을 피해자의 몸에 끼얹은 뒤 가스라이터를 켠 채 다가가 불을 붙였다. 피해자는 몸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4개월 간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했다.
A씨의 혐의는 살인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범행 직후 목격자가 119에 신고하려 하자 이를 제지했고, 피해자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보험설계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앞서 A씨는 피보험자를 피해자로, 수익자를 본인으로 하는 보험에 가입해뒀다. A씨는 목격자와 공모해 “피해자의 실수로 난로가 넘어져 화상을 입은 것”이라며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 8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A씨 측은 “피해자에게 화가 나 겁을 주기 위해 기름통을 들었을 뿐 휘발유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직접 몸에 불을 붙인 사실이 아니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켰는데 발화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살인에 대한 고의가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허정훈)는 지난해 11월,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10년 간의 전자발찌(위치추적 정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은 윷놀이를 하다 돈을 잃게 되자 화가나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병원에서 4개월이 넘는 시간 화상으로 인한 고통 속에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유족들과 합의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며 “피해자가 지병이 있다며 사망 원인을 오히려 유족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A씨 측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박정훈)도 지난 5월, 1심과 같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지만, 휘발성이 강한 물질에 불을 붙이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살인 범행 직후 피해자 B을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고, 살인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 역시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35년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