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웃 투자 돌아선 KCGI, 주주행동주의 열풍 중심

한진칼·DB하이텍·오스템 ‘차익 실현’ 그쳐 한계

문제의 한국형 지배구조, PE 성과 창출 기대·우려 공존

MBK, 한타 실패 후 고려아연 절치부심

강성부 대표 빠진 자리 김병주 회장 등판, 지배구조 선진화 꿈 이룰까 [투자360]
강성부 KCGI 대표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각각 이상섭 기자, MBK 제공]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배구조’에 꽂혔다. 대기업 중심 한국 산업 구조를 활용해 사모펀드(PEF) 운용 규모를 키우다가 지난해부터 돌연 재벌 기업 특유의 소유 구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MBK는 한국타이어그룹에 이어 고려아연까지 후진적 지배구조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를 연상케 하는 MBK 행보에 업계에서는 KCGI 사례를 떠올리는 분위기다. 한국 자본시장에 기업지배구조 화두를 던진 강성부 KCGI 대표는 마침 일반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투자로 방향성을 튼 시점이다. KCGI는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냈지만 지배구조 개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투자 수익만 거뒀다는 한계를 지닌다. KCGI가 떠난 자리에 MBK가 등판한 가운데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의 꿈을 완성할지 주목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KCGI는 한양증권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도자 한양학원이 유동성 부족으로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이를 KCGI가 인수하면서 통상적인 바이아웃 거래가 성사됐다.

이번 거래는 KCGI가 액티비스트가 아닌 바이아웃 전문 펀드로 정체성을 강조한 사건으로 여겨진다. 사명의 뜻인 기업지배구조 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과 한 발짝 멀어진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한국 기업 역사에서 오랜 시간 누적된 지배구조를 PE가 펀드 운용 기간 안에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KCGI 역시 핵심 포트폴리오였던 한진칼, DB하이텍, 오스템임플란트 등에서 차익만 거두고 나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MBK는 KCGI와 다른 사례지만 투자 명분은 여전히 약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MBK는 행동주의라는 세간의 평가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합심해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인만큼 일반적인 바이아웃 투자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존 경영진과 대결 구도를 만든 만큼 투자 당위성을 두고 의문은 남아 있다.

지난해 한국타이어그룹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실패한 이력도 부담 요소다. 당시 MBK가 집안 싸움에 참전해 한 쪽 편을 들고 상대방에 대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 점은 고려아연 투자 양상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투자 재원의 출처 정도다. 이번에 바이아웃 펀드의 자금을 활용하지만 한국타이어 때는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동원하려 했다.

MBK의 지배구조와 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은 2023년 연례서한에서도 확인된다. 김 회장은 한국 기업은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투자 가치가 저평가돼 있고 이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모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어 그는 일본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바가 주주와 사외이사 압박을 받아 매각된 사례를 언급하며 주주행동주의의 의미를 짚어보기도 했다.

누적 운용자산(AUM)이 30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MBK 행보에 기대감도 공존한다. PE 업계에서 선구자로서 지배구조 개선 성과를 이룬다면 산업 전반적인 성장도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려아연 지분 7% 확보를 위한 MBK 공개매수의 성공 여부에 주목도가 높다. 27일 고려아연 종가는 71만1000원으로 MBK가 제시한 가격을 밑도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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