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한 돈을 돌려받으려는 과정에서 고의로 살해 가능성”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자신이 1000만원 넘게 후원한 여성 BJ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최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4)씨에게 징역 25년과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했다. 김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기소된 전 아내 송모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김씨의 항변 가운데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주장에 대해 “(피해자에게서) 피고인의 DNA나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이는 주장과 배치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고인이 1억5000만 원의 빚을 지고 위장이혼을 할 정도로 경제적 곤궁 상태였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피해자의 재물을 빼앗으려 했거나 (피해자에게) 선물한 돈을 돌려받으려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해 확정적 고의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기소된 사실을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했다”고 말했다. ‘불고불리’란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것은 법원이 심판하지 않는다는 소송법 원칙이다. 확실한 고의 하에 이뤄진 살인 범행으로 의심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기소된 사실에 포함되지 않아 더 따지지 않겠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고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으며 유족, 지인들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확정적인 고의로 살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세이프 워드(중단해 달라는 요청)’를 외치지 않아서 목을 조르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고 살인 전과가 있어 119신고를 못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또 “과거 유사한 수법의 살인 전과가 있고 그 외에 폭력 전과도 두 차례 있는데도 자중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난 3월 11일 은평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인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하고 현금 등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신입 BJ로 활동하던 A씨에게 약 1200만 원을 후원해줬고, 지난 3월 초부터 여섯 차례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