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까지 해외 주식 순매수액 TOP10 중 ETF 비율 70.37%

“‘덩어리 투자’ 투자 초심자에 매력적…ETF 수급 더 커질 것”

9월 서학개미 장바구니서 자취 감춘 엔비디아·애플·테슬라…왜?  [투자360]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해외 증시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미국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사랑이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선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 상위 10개 목록을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 상품이 ‘올킬’하면서다. 해당 명단을 ETF가 싹쓸이한 것은 65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일본 등을 넘어 더 많은 국가에 상장된 다양한 섹터·테마별 ETF에 대한 개미들의 투자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9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은 상장지수펀드(ETF)가 석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식 월간 순매수액 톱(TOP)10 명단에서 개별 종목명이 빠진 것은 지난 2019년 4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달 들어 단일 종목 중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액을 기록한 것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1619만달러)였다.

최근 5년(2019~2024년) 간 월별 해외 주식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명에는 ETF가 367개(53.19%) 오르며 단일 종목을 뛰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동학개미운동’ 등 개인 투자자의 주식 시장 참여율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해외 증시 상장 개별 종목에 대한 순매수세도 강하게 나타났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2021년 월별 해외 주식 순매수액 톱10 목록에서 개별 종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70.83%(85개), 65.83%(79개)에 이를 정도였다.

최근 수년간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개별 종목으로는 일명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불리는 미 증시 상장 빅테크(대형 기술주)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반도체주(인텔·TSMC·마이크론 테크놀로지·퀄컴·슈퍼마이크로컴퓨터·아이온큐), 비만치료제·코로나19 백신 등 바이오주(화이자·모더나·일라이릴리), 가상자산주(마이크로스트래티지), 소비재주(스타벅스·나이키), 배당주(리얼티인컴) 등도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다시 ETF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나가기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다. 월별 해외 주식 순매수액 톱10 중 ETF 비율은 2022년 61.67%, 2023년 66.67%까지 높아졌고, 올해 들어선 9월까지 70.37%로 70% 선까지 넘어섰다.

이달 들어 톱10 목록을 ‘올킬’한 ETF 종목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최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ETF 섹터·테마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배당 ▷지수형 ▷반도체 ETF에 투심이 쏠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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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당 ETF의 대표주자인 ‘슈왑 미국 배당주 ETF’는 이달에만 6361만달러(838억원) 규모의 순매수액을 기록하며 해외 주식 투자자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슈드(SCHD)’란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해당 ETF는 10년 연속 배당했고, 매년 배당금도 늘리는 미국 우량 기업 100곳(다우존스US배당100지수)에 투자한다. 10위에 오른 ‘일드맥스 코인베이스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 ETF’(2140만달러, 282억원)는 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식에 커버드콜 전략을 더해 ‘폭탄’ 수준의 월배당금을 주는 게 특징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기 은퇴와 ‘경제적 자유’ 등을 꿈꾸는 투자자들이 ‘제 2의 월급’으로 불리는 월배당에 큰 관심을 가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금 계좌에서 미국 배당성장주 ETF에 가입,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자를 일컫는 ‘미당족(미국 배당족)’이 이들이다.

‘장기 우상향’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믿음이 굳건한 미 증시 대표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각각 3위와 5위에 ‘SPDR S&P500 ETF(4288만달러, 565억원)’, ‘뱅가드 S&P500 ETF(3710만달러, 489억원)’가 자리를 차지하면서다.

여기에 반도체 관련 ETF도 국내 투자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9월엔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5485만달러, 723억원)’가 2위를, 반대로 3배 역추종하는 ‘디렉시온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3143만달러, 414억원)’가 6위를 기록했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는 펀드 플로우와 달리 기술주, 성장주 위주의 베팅이 많다”고 설명했다.

개별 종목과 달리 ETF의 경우 다양한 종목을 바스켓으로 담다 보니 급락장에서 단일 종목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최근 주가가 대폭락장을 맞았던 ‘블랙먼데이(8월 5일)’ 이후 미국발(發) ‘R(Recession, 침체)의 공포’가 이어지고,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으로 올 상반기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반도체주가 급작스레 하향 조정세를 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도 ETF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승진 연구원은 “개별 기업의 정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섹터나 테마별로 ‘덩어리 투자’에 나서는 만큼 투자 초심자들에게도 진입 장벽이 낮게 느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해외 주식 국내 투자자의 ETF 선호 현상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투자자의 선택지 역시 넓어질 것”이라고 봤고, 박유안 연구원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 속에 주요 증시 지수 등 시장 전체의 흐름을 위주로 투자에 나서려는 경향이 강해지며 ETF 수급 역시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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