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제조사 넘어 콘텐츠 서비스 경쟁 가세
광고시청 대신 무료…비싼 OTT 빈틈 공략
삼성, 파트너십 통해 대형 콘텐츠 확보 주력
LG, 1조 투자…채널 서비스 기획자 채용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의 구독료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TV를 만들어 팔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 틈을 파고들어 무료 콘텐츠 서비스에 사활을 걸었다. 더 이상 TV 제조사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기 콘텐츠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TV플러스’, LG전자는 ‘LG채널’이란 이름으로 각각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구독이나 결제 없이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각 사의 고유 서비스다. 연휴 때 인기 드라마나 예능들을 ‘정주행’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비용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현재 양사는 삼성TV플러스와 LG채널을 통해 ‘나는 솔로’, ‘나 혼자 산다’ 같은 최신 예능은 물론 ‘무한도전’, ‘삼시세끼’처럼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는 고전 예능까지 폭넓게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삼성TV플러스는 이달부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신규 콘텐츠로 추가해 제공하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려면 넷플릭스나 티빙을 유료 구독하거나 통신사 IPTV에서 회당 유료로 결제해야 하지만 삼성TV플러스에선 무료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삼성TV플러스 이용자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삼성TV플러스가 제공한 한국 영화 중 ‘청년경찰’을 가장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넷플릭스와 티빙의 제공 목록에 없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도 삼성TV플러스와 LG채널에선 시청할 수 있다.
글로벌 소비 침체로 TV 판매가 주춤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단순 TV 제조를 넘어 무료 콘텐츠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OTT 업체들이 요금을 올리면서 OTT 해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난 점도 양사에게는 기회다.
다만 유료 OTT 플랫폼에 비해 ‘볼 만한’ 최신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한 점은 숙제다. 결국 인기 콘텐츠를 확보해 독점 서비스하는 것이 이들 플랫폼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김용수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9일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확한 투자규모를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만 협업 모델로 여러 계약을 맺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숏폼·미드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한 인기 인플루언서 콘텐츠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명 콘텐츠 확보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달 4일부터 미국 유명 코미디언 쇼인 ‘코난 오브라이언’을 독점 계약해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처음 선보였다.
LG전자는 서비스 강화를 위해 이달 12일부터 LG채널 서비스 기획자 채용에 나섰다. 앞서 2027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콘텐츠 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소니와 파라마운트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콘텐츠 추가 투입도 준비 중이다. 국내 기준으로 무료영화 VOD는 연내 3000여편까지 확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예전 영화에 머물지 않고 최신 콘텐츠를 확보해 독점 제공하는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