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원성·금감원 지적에 밥캣 상폐 계획 보류

밥캣 자회사 편입, ‘저평가’ 이미지 극복 과제

두산로보틱스, 밥캣 주식교환 좌초…사업재편 '고심’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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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두산로보틱스가 주주와 금융당국의 반대에 결국 두산밥캣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을 접었다. 두산밥캣을 관계사로 편입하는 작업은 기존대로 추진하는 가운데 사업 구조에 대한 고민은 지속될 전망이다. 두산밥캣을 계열사로 품은 이후 기업가치 개선(밸류업)도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영업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의 종가는 각각 7만400원, 1만8100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1%대 상승한 상태다. 사업구조 재편 계획을 수정하면서 주가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부문(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이를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해당 흡수합병이 종료되면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주주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의 잔여 지분을 모두 거둬들이고 상장 폐지를 계획했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일반 주주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부정적으로 여기면서 동력이 떨어졌다. 두산로보틱스 시가가 본질가치 대비 고평가돼 있고 두산밥캣은 저평가된 시점에 주식 교환이 이뤄지는 게 문제였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비지배주주는 소외되고 그룹 최대주주인 ㈜두산에 실익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두산 측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을 철회한 상태다.

물론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산하에 편입하는 작업은 기존대로 진행된다. 기존 계획대로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소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 약 46%를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존 주주들은 두산로보틱스 주주명단에도 이름을 올린다.

분할합병의 마지막 관문은 주주총회 통과와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대응이 남아있다. 현재 회사 측이 주주와 협의를 위해 제시한 매수 가격이 시가보다 높은 점은 부담 요소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6000억원,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원이다. 만약 주식매수를 청구한 물량이 전체 지분 대비 각각 4.5%, 9.5%를 넘어서면 추가 대책이 필요해진다.

분할합병이 이뤄진 이후에도 두산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자본시장에서 잡음을 일으킨 만큼 그룹 전반에 퍼진 부정적 이미지부터 해소해야 한다. 결국 사업 재편을 '유의미한 성과’로 입증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관건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시너지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는 주주서한을 통해 “로봇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사업적 결합을 통해 사업 성장 속도를 극대화하고자 했다”라며 “시장 규모 약 10조원 이상의 자율주행 로봇·무인 지게차에 공동으로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두산밥캣의 밸류업도 필요해졌다. 두산로보틱스와 포괄적 주식 교환 소식이 전해지면서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상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까지 떨이진 만큼 저평가를 해소할지도 관심거리다.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사업 재편안이 요구된다. 류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시장과 적극 소통해 주주 신뢰를 받고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 밥캣 주식교환 좌초…사업재편 '고심’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