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키즈· NO 펫· NO타투·NO시니어 운영 업체 가보니
자영업자 “안전사고 책임 부담 때문”… 점주들 사연 ‘제각각’
2013년 법원 ‘점주 책임 크다’… 4000만원 배상 선고
전문가“사람을 배척해서 해결 할 문제 아니야”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우리에게 익숙한 팻말 ‘금연구역’은 이질감이 적다. 행위에 대한 규제인 때문이다. 금연구역은 그가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피부색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해당 구역에서 흡연 행위만을 하지 않으면 된다. 이에 비해 어느새 우리사회 깊숙히 자리잡은 ‘NO OO 존’은 여전히 이질감이 크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여서, 나이가 많아서, 문신을 해서 특정 장소 입장이 제한되는 것은 행위가 아닌 존재를 문제 삼는다. 존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차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한 백화점의 ‘NO 키즈존’ 운영을 차별이라 규정하고 시정을 권고했다.
‘NO OO 존’ 규정을 적용한 업주들도 할 말은 많다. 그들은 매장에 들른 아이들, 손님이 데려온 반려동물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대처가 난감하다고 했다. 조용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손님들이 시끄러운 아이들 소음 때문에 민원을 제기하고 나갈 때 규정 도입을 결심했다고 했다. 법원 선고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2011년 부산의 한 쌈밥집에서 종업원과 7세 아동이 부딪혀 아동이 큰 화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업주가 4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2013년 확정됐다.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노 키즈 존’이 등장한 것도 2014년부터였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영업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보면서도, 문제 해결의 방식이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출입 자체를 봉쇄하는 방식이 선택되는 것은 공공복리 차원에서 지나치게 단순하고 과격한 방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에 대한 배제는 결국 혐오와 수치심으로 이어지며, 이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는 증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비싼 가구 들였는데 아이가”… 업주들 ‘할많하않’
헤럴드경제는 30일 서울시 은평구에서 ‘NO 키즈 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배민영(27) 씨를 만났다. 배씨는 2020년 가게를 리뉴얼하고 1년 후부터 ‘NO 키즈 존’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NO 키즈 존’을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 씨는 “가게를 리뉴얼하고 어린 손님 중에 음료를 가구에 쏟은 적이 있었다”며 “리뉴얼하면서 비싼 가구를 들였는데 아이들이 음료를 흘리는 일이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이어 “손님들의 행동을 통제하고 강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특히 아이들은 직접적인 소통이 힘들다. 대신 부모에게 동의를 구하고 설득을 해야 하는데 부모가 통제력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북구에서 ‘NO 키즈’, ‘NO 펫’ 존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업장에서 만난 점원 A씨는 “아이와 함께 오신 경우에는 이용이 힘들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A씨는 ‘아이동반 부모를 손님으로 받지 않으면 영업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NO 키즈 존이라는 사실을 온라인에서 확인하고 굳이 찾아 오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엔 중학생 손님을 받지 않는 카페도 있다. ‘NO 중학생 존’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유모(45) 씨는 “중학생들은 대체로 고등학생들보다 주의가 산만하다. 다른 손님들이 민원을 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무인카페로 운영되다보니 일일이 전화나 문자로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아 불편한 상황이 생겼다”고 했다.
유 씨가 중학생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명확했다. 영업에 별달리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손님이 스터디 카페 주요 소비자 층이다. 중학생 손님 비중은 적다. 때문에 중학생을 받지 않아도 영업이 충분히 가능하다. 반대로 중학생이 오는 카페라는 이미지가 형성되면 사업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문신을 한 회원에 대한 출입을 금지한 곳도 있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NO 타투 존’으로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는 “헬스장을 이용하는 회원 다수가 지나친 타투 노출이나 신체 노출은 불편해 한다고 느꼈다. 건전한 운동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문신을 한 회원은 정중히 사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헬스장도 결국은 사업이다. 제가 타투 혐오자는 아니지만, 회원들의 심리상황을 파악해 미리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광진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C 업체는 지난 3월부터 80세 이상 고령 회원의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 고령 회원들이 미끄러지거나 부딪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려운 데다 고령 회원이 많을 경우 체육시설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영업’ 도움 여부가 관건… 소비자들 호응 따라 ‘철회’ 하기도
특정인을 손님으로 받지 않는 업주들이 늘어난 것은 결국 ‘노 키즈 존’ 등 특정 부류를 손님으로 받지 않는 영업 정책이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업주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벌어지지만 결국 결정은 업주의 마음이다. ‘NO OO 존’을 운영하다 철회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역시 영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지난 2018년 10월, 홍대에 위치한 한 카페는 래퍼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NO 래퍼 존’ 안내문을 가게 문 앞에 써붙였다. 당시 게시물에는 “최근 들어 래퍼 분들에 대한 손님들의 항의와 민원 신고가 많이 접수됐다. 너무 큰 대화, 욕설 등 항의가 들어와 래퍼 분들의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노 래퍼 존’이 있었던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카페엔 더이상 래퍼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점포는 없었다. 헤럴드경제는 홍대입구역 3번 출구 ~ 경의선숲길 인근 카페 11곳을 확인했으나 모두 ‘NO 래퍼 존’을 들어본 바가 없다고 했다. 7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48) 씨는 “차라리 예전처럼 래퍼분들이 버스킹도 하고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며 “코로나 이후로 공연도 거의 없고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답했다.
올해 ‘유튜버를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던 서울 용산구의 한 냉면집도 유튜버 제한 정책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냉면집은 유명 방송 출연 등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여러 종류의 유튜버들이 찾는 등 몸살을 치렀다. 유튜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영업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냉면집은 건물주의 요청으로 냉면집 장소를 한차례 옮겼는데, 이후엔 유튜버들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비자들의 ‘NO OO 존’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모(27) 씨는 “카페에서 일하다가 아이가 컵을 쳐서 노트북이 망가졌던 적이 있다”며 “아이 엄마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가버렸다. 자영업자들이 NO 키즈 존을 운영하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고 답했다. 장모(45) 씨는 “두 아이의 부모 입장에서 봐도, 손님도 중요하지만 자영업자의 영업 방침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이모(18) 씨는 “중학생이 교복을 입고 들어오면 일단 시끄럽든 시끄럽지 않든 왠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다”며 “중학생이어서 제한된다고 하면 (당사자들은) 억울하다”고 답했다. 5살 아이를 둔 조모(35) 씨는 “NO 키즈 존이든 아니든 아이가 울면 일단 주변을 신경 쓰게 된다”며 “만약 가족끼리 오랜만에 외출했는데 그곳이 NO 키즈 존이라면 많이 당황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NO 키즈 존’ 기원… 법원의 100% 배상 판결이 자영업자 ‘반발’ 불러
‘NO OO 존’ 현상이 한국 사회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 무렵이다. 계기는 법원의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연은 이렇다.
2011년 부산 남구의 한 월남쌈 식당에서 뜨거운 물이 담긴 그릇을 옮기던 종업원과 만 7세의 초등학생이 충돌했다. 뜨거운 물은 초등학생의 얼굴과 목, 가슴 팔 부위에 쏟아졌고, 이 때문에 초등학생은 전신 15%에 2~3도에 이르는 중화상을 입었다. 법원은 해당 식당의 점주가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고 종업원에 주의를 줬어야 했으나 이를 방기, 점주의 책임성이 70%에 이르는 만큼 4140만원 가량의 금원을 피해자 측에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2013년 확정이 됐다.
법원의 이 사건 선고는 식당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부모의 책임성에 비해 점주의 책임 비율을 과도하게 높게 산정했다는 비판이었다. 점주들은 반발했고 그렇다면 아예 아이들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을 세우겠다는 주장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다. 한국에 ‘노 키즈 존’이 본격적인 현상으로 나타난 것은 2014년 부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노 키즈 존’을 운영하는 사업장을 파악해 조사를 벌였다. 전국에 ‘노 키즈 존’ 운영 사업장은 558곳이었다. ‘노 키즈 존’이 한국만의 문화로 시작된 지 10년만에 전국 500여곳이 아이를 받지 않는 곳이 된 셈이다. 업종별로는 커피 휴게 음식점업이 전체의 76.1%로 가장 많았다.
정부 조사에서 업주들이 아이를 동반한 부모를 받지 않게된 이유에 대해선 공공장소 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훈육하지 않는 부모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시설 내 아동 안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가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 韓 사회 ‘여유 부족’… 배제 늘어날 수록 혐오·편견 조장
전문가들은 특정인을 배제하는 방식의 대응책이 사회에 보편화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체 구성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관영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종합적으로는 ‘여유가 없는 사회’가 결국 누군가를 손님으로 받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된다는 지적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NO OO 존’ 문제는 관용의 측면에서 봐야한다.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결국은 관용이 부족한 사회로 읽힐 만한 요인”이라며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손해를 보는 것 자체에 인색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살기가 팍팍해지고 힘들어 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구분을 지으려는 마음이 커지게 된다. 사업에 도움이 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해서 이익을 보는 측만 취하려는 자세”라며 “공정의 개념은 권리가 똑같이 배분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권익을 더 많이 줘서 권리가 같아지게 만드는 것이 공정이다. 취약계층이라 해서 배려하기 보다는 일단 내 권리부터 찾자는 심리”라고 말했다.
오찬호 사회학자는 “카페도 개인 재산이고 헬스장도 사업이다. 그러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부합해야 한다. 개인의 자산이고 자신의 권리지만 이를 행사할 때는 공공복리에 부합해야 한다”며 “누군가를 배제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더 편의를 볼 수 있다는 식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논쟁이 생기면 자영업자가 ‘노 키즈 존’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거기에 동조하는 소비자들도 나온다. 예를 들어 어떤 카페 사장이 아이 엄마가 똥기저귀를 안 치우고 갔다고 하면 그때부터 이제 편견이 생기는 것”이라며 “일부 특정 사람이 그럴 수 있는 것인데 아이들 전부가 또는 아이 가진 엄마 전부가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간주 되면 차별과 편견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