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복수 집착…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위해 나선 사람”
“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될 것”
“국가를 당과 나자신보다 위에 두겠다”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트럼프 재집권 불가론’을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을 일주일 앞둔 이날 뒤로 백악관이 보이는 워싱턴 DC의 일립스공원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자유에 뿌리 내린 나라냐, 혼란과 분열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냐 사이의 선택”이라며 “지금은 미국의 새로운 세대 리더십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누구인지 안다. 그는 거의 4년전 바로 이곳에서 무장한 군중들을 미국 의회 의사당으로 보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의지를 뒤집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한 일립스공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한 뒤 이듬해 1월6일, 부정 선거였다는 주장과 함께 대선 결과에 대한 의회의 인증 절차를 방해하도록 극성 지지자들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는 연설을 했던 곳이다.
이른바 1·6 사태로 불리는, 트럼프 극성 지지자들의 연방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라 사랑의 날”이었다고 규정하고, 중형을 받은 관련자들을 사면할 뜻을 밝혀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1·6 사태 당일 군중들이 대선 결과 인증을 위한 상·하원 회의를 주재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살해하려 한다고 참모가 보고하자 트럼프는 “그래서 어쩌라고?(So what?)”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하며 “그것이 트럼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여러분들 삶을 나아지게 만들지에 대해 생각하는 대통령 후보가 아니다”며 “불안정하고 복수에 집착하며 불만에 사로잡혀 있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위해 나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서로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데 지난 10년의 시간을 썼다”고 비판한 뒤 “그것이 그의 본질이나, 우리의 본질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그의 재집권이 갖는 리스크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1·6 사태 선동 연설 장소에서 연설하는 그림을 만든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 사실과, 그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주장을 부각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해리스 부통령은 집권 시 통합의 정치를 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내게 투표하지 않았더라도 항상 여러분들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듣기 거북한 이야기일지라도 항상 진실을 말할 것이며, 의견일치를 이루고, 일을 되게 하는 타협에 도달하기 위해 매일 노력할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백악관에 정적 명단을 들고 갈 것이고, 내가 당선되면 나는 미국민을 위해 해야 할 우선순위 과업들로 가득 찬 리스트를 들고 들어갈 것”이라며 대비시켰다.
이어 “나는 열심히 일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분투하는 미국인들을 돕기 위해 민주당원, 공화당원, 무당파와 함께 일할 것”이라며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고, 항상 국가를 당과 나 자신보다 위에 둘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면에선 “나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고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뒤 “나는 우리의 친구들(동맹국 및 우방국)과 함께 할 것”이라며 동맹 중시 기조를 재확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트럼프는 아첨과 호의로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세계의 지도자들이 생각한다”며 “여러분들은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선거에서 그를 응원한다고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우리의 안보를 지지하고, 국익을 진전시키고, 미국이 세계 자유의 옹호자로 영원히 남게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