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VS 연세대 팽팽
법원, 추가 소명 요구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연세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을 두고 대학 측과 수험생 측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29일 일부 수험생이 연세대를 상대로 낸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해당 논술 시험이 치러질 당시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 실수로 문제지가 일찍 배부됐다가 회수됐고, 이 과정에서 문제 내용이 유출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수험생 측 소송대리인은 "이 시험은 다른 시험을 보지 않고 100% 논술로 뽑는 것이기 때문에 수능과 맞먹는 관리가 필요하다"며 "그 정도의 관리가 없었다면 공정성이 침해돼 효력정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독관이 사전에 시험지를 배포했고 시험 시작 전 이에 노출된 학생들이 시험 문제 정보를 유출했다"며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공정성이 침해당했기 때문에 재시험을 이행하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연세대 측은 시험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될 정도의 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측 소송대리인은 "객관적인 자료에 비춰보면 (관리·감독에)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시정됐다"며 "신청인의 주장처럼 만약 일부에게 유출되는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하면 누구에 의해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해 조처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시험 주장에 대해 "재시험 실시 여부는 사립 교육기관인 연세대가 광범위한 재량에 의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며 무엇보다 성실하게 규정을 지켜 자신의 실력대로 시험에 임해 합격 점수를 얻은 수험생들이 재시험을 보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법원 심리 내내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논술시험 당시 발생한 시험지 배부 실수 사건과 관련해서도 시간부터 회수 시간, 당시 관리·감독 상황 등 사실관계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그날 있었던 타임라인에 대한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하다"며 추가 소명을 요구했다. 또 수험생 측에는 "'논술시험 효력정지'에 대한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해달라"며 "재시험 요구 권리의 경우 의문의 여지가 있다. 구체적인 권리가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이 관련된 시험 효력을 정지하는 것과 거기서 더 나아가 수험생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르는 것 사이의 '간극' 속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에게 학교의 재시험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더 따져보게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양측의 추가 자료 등을 받아 검토한 뒤 11월 15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수능 시험일은 11월 14일이다.
수험생들은 법원에 논술시험을 다시 치르게 해달라는 다수 당사자의 공동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당초 무효 확인 소송을 냈지만 수험생 측이 승소하더라도 연세대가 재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청구 취지를 변경했다.
이번 소송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수험생은 18명이며 진술서나 관련 증거 제출 등 간접적으로 참여한 이들을 포함하면 50여명이다.
심문이 끝난 뒤 수험생 측 대리인은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는 연세대에서 일어난 이 상황을 그냥 넘기면 앞으로 모든 대학이 연세대처럼 불공정하게 시험을 시행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공정하지 못했던 대입 시험을 공정하게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법원도 바른 판단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서 발생했다. 시험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험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자연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계열 시험의 연습 답안 사진이 공유돼 전반적으로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