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 혐의로 재판행

1·2심 벌금 150만원

대법, 무죄 취지로 판단

주택조합원이 위원장 향해 “도적”·“미친개”…대법 “모욕죄 아냐”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주택조합 조합원이 평소 갈등을 빚던 주택조합 위원장을 향해 “도적” 등의 표현이 담긴 글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올렸더라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글을 올린 전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가벼운 수준의 부정적 의견을 표현한 것에 그친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모욕 혐의를 받은 주택조합 조합원 A(75)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2심은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유죄를 인정한 원심(2심)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깨고,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소속인 A씨와 피해자는 주택조합 설립인가 신청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위원장을 맡은 피해자는 2018년 10월 평택시에 해당 신청을 넣었으나 평택시가 보완자료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피해자는 1년이 넘도록 재신청을 하지않았다. 조합원들에게 회계 관련 서류도 공개하지 않았다.

불만을 품은 A씨 등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A씨는 비대위 회원 7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9회에 걸쳐 피해자를 겨냥한 글을 올렸다. “도적”,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조합원의 돈을 착취하려는”, “자질 없는 인간”, “미친개” 등의 내용이었다.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모욕의 의사가 없었고, 공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3단독 이정아 판사는 2021년 10월 “A씨의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모욕에 해당한다”며 “논리적,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기재할 필요 없는 모욕적 표현을 사용해 피해자를 비난했다”고 했다.

피해자가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수원지법 3-2형사부(부장 진세리)는 2022년 11월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벌금 150만원을 택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비대위 회원들에게 불법사실 등을 널리 알리고 대응방안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며 이러한 전후 사정을 고려했다.

대법원은 “피고인(A씨)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이 작성한 글들의 전체적 맥락에서 해당 표현들이 가지는 의미와 비중, 표현이 이뤄진 대화방의 성격과 참여자 및 글 게시 전후의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해당 표현은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가벼운 수준의 추상적 표현에 해당할 뿐”이라고 봤다.

이어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 포함된 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모욕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2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는 4번째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