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금값 사상 최고치… 종로 금은방들 ‘매매 실종’ 울상
“돌반지 하나 50만원 누가 사나”… 금값 올랐다니 ‘금 팔겠다’ 늘어
주 수익모델인 ‘공임비’ 남기기 어려워… 골드바 투자 많아져
종로구 귀금속점 수 증가세… 2024년 531곳·2021년 498곳
[헤럴드경제=김도윤 수습기자]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시세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금 판매하는 종로구 금은방들은 역대급 금값 상승 시류를 한탄스럽게 쳐다봤다. 종로 금은방 업체 다수가 ‘공임비’를 주요 수익모델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금 가격 상승보다 매매가 빈번해야 수익이 남는 구조란 얘기다. 금값이 오르면서 ‘골드바’ 수요는 늘었으나, 이는 마진이 낮다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다만 종로 일대 귀금속점 수는 3년전 대비 20여곳 늘었다.
28일 오전 종로 귀금속거리. 금은방들은 아침부터 금반지나 금목걸이 등을 진열장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며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다만 상점 대다수는 한산했다. 종로 대로변의 대형 금은방 1~2곳을 제외하면 유리세정제를 들고 유리문을 닦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손님이 오길 기다리는 업주들이 많았다.
서울 종로구 종로귀금속거리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왔다는 이모(65)씨는 “금값이 어지간해야지. 아기 돌반지 한돈에 50만원 하는데 누가사려고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취재 목적으로 방문했다고 밝히자 “금값이 올라 좀처럼 찾지 않는 젊은 손님이 가게를 찾은 줄 알았다”며 아쉬워 했다. 이씨는 금값이 오르는 일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시작해 아침부터 금값이 올라 도매시세로 45만원 하던 물건들이 주중에 48만5000원까지 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금 가격은 역사 이래 최고 시세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1돈당(매수기준) 가격은 지난 10월 17일 처음으로 51만원을 넘어섰다. 올해 6월 43만원 안팎에서 가격이 결정되던 때와 비교하면 5개월여만에 20%가량 가격이 상승한 셈이다. 국제 금시세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 25일 거래된 금 선물 가격은 1온스당 28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초 2000달러 가량이었던 금 가격은 불과 10개월만에 20%넘게 급등했다.
통상 제품 가격이 오르면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영업점들은 재고 물품의 액수에 비례해 시세 상승 이득을 본다. 그러나 종로 귀금속거리 업체 다수는 금값 고공 행진의 이득을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금은방을 시작한지 7년 정도 됐다는 임모(46)씨는 “최근 금값이 오르면서 투자 목적으로 순금 바를 찾는 사람은 조금 있지만, 순금바는 공임이 없어 마진을 남기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금값이 오르면서 물건 가격도 2~3만원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손님들이 가격이 비싸면 사지를 않아 마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귀금속을 전문으로 파는 남모씨도 “3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호재가 없으면 금값은 오른다는 것이다. IMF 때와 지금 다를 바가 없다. 경기가 나쁘니까 사람들이 안전자산을 찾는다”며 “금가공 사업은 돈이 안 된다. 사람들이 금반지나 금목걸이 이런걸 사줘야 돈이 되는데 골드바만 찾는다. 큰 업체들이 많이 골드바를 찍어 팔다보니 우리는 큰 재미는 못본다”고 설명했다.
다수 귀금속상들이 이윤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공임비다. 공임비는 귀금속 제품을 매장에서 판매할 때 제작 가공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뜻한다. 골드바나 순금 제품은 물품 완제품 형태로 귀금속점에 납품된다. 때문에 공임비를 붙일 여지가 적다. 귀금속 업체들은 18k나, 14k 등 금 제품을 팔아야 제품 제작에 가공이 들어가고, 여기서 수익을 붙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공인금거래소 관계자는 “국제정세가 불안할 수록 안전자산을 찾아 국제금시세는 오르지만 금가격을 결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금을 구매하는 수요”라며 “금이 비싸서 찾는 수요가 떨어지면 그만큼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고 답했다.
연구실에서 다이아몬드를 생산할 수 있는 ‘랩다이아’ 확산세는 천연 다이아 시장 규모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한 귀금속상은 “다이아몬드는 합성 다이아가 나오는 바람에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상인은 “다이아몬드는 합성 다이아몬드가 나온 후로 천연 다이아몬드를 찾는 수요는 거의 없어졌다. 은(銀) 역시 공업용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답했다. 종로 상가 일대를 돌며 확인한 금은방 상인들은 대부분 ‘장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둘러본 상인들의 ‘불경기 호소’를 그들 말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통계도 있다. 국세청이 매달 집계 공시하는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종로구 소재 시계·귀금속점 수는 531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에는 시계·귀금속점 수는 523곳이었는데 1년 새 8곳이 늘었다. 같은 조사에서 2021년 종로구 소재 시계·귀금속점 수는 498곳, 2022년은 522곳 등이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도 종로 귀금속상 수는 소폭이나마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