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영종 미단시티 외국학교법인 선정 공모 설명회 개최

영종 주민들, 학교 명성도·지역상생방안·분교 재원계획 평가 등에 문제 지적

최상급 명문학교 유치 기대 어려워 수정 보완 후 재공모 요청

영종 국제학교 공모 ‘제동’… ‘범법자 양산·중하위급 학교들 리그전’ 전락 우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8일 오전 송도 G타워 대강당에서 ‘영종 미단시티 외국학교법인 선정 공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영종 국제학교 선정을 위한 국제 공모 지침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재공모를 요청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8일 오전 송도 G타워 대강당에서 ‘영종 미단시티 외국학교법인 선정 공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영종 주민들은 공모 지침에 학교부지를 비롯해 학교 명성도, 지역상생방안, 분교 재원계획 등에 대해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김요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학교 부지 총 9만6093.3㎡ 중 사업계획상 전체 면적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면적은 6만5000㎡ 이상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는 자칫 학교 이익을 위한 부지 축소 느낌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 부지를 축소해서 제안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는 물론 제주도에 있는 국제학교들 보다 학교 부지가 상당히 적은 규모로, 굳이 영종 국제학교에만 학교 부지 최소 제한을 두는 것인지, 이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전체 면적을 다 사용하는 것으로 지침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역상생계획과 관련, “지역 발전 기여도를 위한 중요한 평가인데, 지침에 나와 있듯이 평가 배점 50점은 너무 적다. 전체 1000점의 5% 밖에 되지 않아 지역상생 기여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영종 국제학교는 특히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적어도 100점 이상으로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명성도와 관련, 공모 지침을 보면 ‘본교 졸업생 기준 최근 3년간 세계 100위권 내 대학입학 기록 및 입학률’ 내용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절대평가에 의한 커트라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하위권 학교를 배제하고 최상급 학교를 유치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세계 100대 명문대학 진학률이 20% 이상라든지, 자국 내 고등학교 성적 랭킹 50위권 학교, 역사와 전통 100년 이상 등의 기준을 세워야 중하위급 학교들을 걸러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인천경제청이 발표한 공모 지침에 따르면 명성도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만 했지 평가 기준이 없다. 게다가 평가 항목별로 70% 미만은 탈락시킨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15개 학교가 경쟁해도 그중 1개 학교에만 60% 점수를 준다. 결국 14개 학교는 통과되는 것이다.

또 다른 주민은 “평가 항목별로 70% 미만되면 탈락시킨다고 했다. 만약 대학 진학률도 형편없고 역사도 없는 중하위권 학교들만 10개 학교가 참가했을 때 그중에 1개 학교만 탈락되고 나머지 중에서 뽑을텐데 이게 무슨 공모냐”고 따졌다.

이는 기존에 영종을 기웃거리던 수준 떨어지는 학교 하나 정해 줄려고 커트라인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주민은 또 “지난 1년 반개월 동안 영종국제도시에 최상급 명문 국제학교를 선정하려는 목표는 인천경제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평가 배점(200점)이 가장 큰 학교 명성도 평가 내용에는 학교 성적 및 역사, 100위권 대학 진학률을 평가한다고만 했을 뿐, 절대평가 기준이 없어 실효성이 전혀 없는 평가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명성도를 계량화할 수 없었다”며 “역사는 깊은데 성적이 떨어진다거나, 성적은 좋은데 역사가 짧거나 적합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명성도에 해당하는 역사, 대학진학률, 고등학교 성적 순위 3가지 모두 일정 수준에 해당되는 학교들만 통과시키면 최종에는 영종에 명문학교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결국 중하위급 학교들만 참가해서 그들 모두 학교 명성도 관련 자료를 아무도 제출하지 않더라도 그중에서 1,2,3위 모두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모 접수 결과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중하위급 학교들만 참가했을 때에는 평가하지 말고 명문학교들이 참여할 때까지 재공모해야 한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장에서는 우리나라 현행법상 결산잉여금 즉 과실송금이 금지 돼 있는 상황에서 외국학교법인 본교에 설립준비금 및 운영자금 조달계획을 제출하라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없는 공모지침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설립준비금과 초기운영비가 수백억원 규모가 들어가는 재원을 본교 대신 한국 에이전시나 제3자가 조달해야 하는데, 문제는 과실송금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결국에는 음성적으로 빼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20년 서울 덜위치 외국인학교가 과실송금 문제로 논란이 돼서 교비횡령혐의로 한국인 이사들이 유죄로 처벌받고 외국인 이사들이 인터폴에 수배되는 등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종 주민들은 “영종 국제학교 공모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며 “최상급의 명문학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지적한 문제점들을 수정 보완해서 다시 공모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명성도 기준 등 지적된 여러가지 사항들에 대해 우리도 많은 고민을 했다”며 “적정한 지표를 찾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14일 국제 공모한지 2주가 지나서 이날 오전 설명회를 가졌으며 세계 학교들을 향해 유튜브 생방송으로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그러나 시청자수는 10여 명 내외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학계 관계자는 “외국교육기관은 영리가 아니라 공모해서 오는데가 아니다”라며 “보나마나 한국 브로커(에이전시) 각축전으로 전락할게 자명해 보인다” 라고 혹평했다.

한편, 같은 시간 인천경제청 1층에서는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왜 송도 개발자금을 가지고 영종에 국제학교를 지어주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앞으로 인천경제청이 주민들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영종 국제학교가 순탄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