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간정보 표준화의 중요성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 한때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던 기업들이 ‘적과의 동침’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의 현대자동차그룹과 GM의 업무협약 체결은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글로벌 판매량 3위 기업과 6위 기업의 협력은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토요타와 BMW의 협력 또한 주목할 만하다. 수소전기차 개발 등에서 협력을 약속한 이 두 기업의 행보는 미래차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영향력이 있다. 또한 토요타와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분야에서의 협력 발표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기술이 로봇 소프트웨어로 연계 발전해 나가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자율주행’과 ‘친환경 기술’이라는 거대한 도전 과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협력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기술 개발과 혁신이 단순한 경쟁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 요구사항과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을 고려할 때, 표준화된 협력적인 접근 방식 없이는 효율적인 진보가 어렵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을 넘어서는 국제표준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ISO와 같은 국제표준기구가 기술 혁신의 기준을 정립하고 글로벌 협력을 이끌어내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공간정보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오늘날 스마트폰 앱의 70%가 공간정보 기반이라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공간정보가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공간정보는 더 이상 단순한 위치 기반 데이터에 머무르지 않고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는 국제 표준의 필요성 또한 함께 커지고 있다.

필자는 11월 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공간정보산업 박람회인 ‘K-GEO Festa’와 같이 개최되는 ‘OGC 국제 공간정보 표준화 총회’에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 총회에서는 ‘AI for Geo’를 주제로 공간정보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ISO 역시 국제표준화기구로서 협력하며 산업 전체의 표준화된 생태계 구축에 대한 중요성을 논의하고 자율주행 및 스마트시티와 같은 핵심 분야에서 국제표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표준화된 공간정보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의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정확하고 표준화된 도로 정보가 필수적이다. 스마트시티, 재난 관리, 환경 모니터링 등에서도 표준화된 공간정보는 효율성과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국제 협력의 토대로서 표준화된 공간정보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국제 재난 구조 활동, 국경을 넘는 물류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ISO는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국가 간 협력과 기술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공간정보 표준화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의 하나로, 이 분야에서의 국제적 협력과 표준화는 전 세계적인 혁신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OGC 국제 공간정보 표준화 총회’가 대한민국과 전 세계 공간정보 산업과 국제표준 기구간의 협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이번 총회와 함께 개최되는 ‘K-GEO Festa’를 통하여, 우리나라가 공간정보 표준화의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주자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응원한다.

조성환 ISO 회장·현대모비스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