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를 일기로 별세

전설적 즉흥 연주 개척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미국 록밴드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결성 멤버이자 베이시스트인 필 레시가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레시의 부고는 25일(현지시간)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발표됐다. 이 성명은 “필 레시가 오늘 아침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필은 주변 모든 사람에게 큰 기쁨을 줬고 음악과 사랑이라는 유산을 남겼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다.

성명에 구체적 사망 원인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레시는 이전에 전립선암, 방광암 등으로 투병했으며 C형 간염으로 간 이식을 받은 이력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출신인 레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클래식 교육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로, 10대 때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교향악단에서 제2악장을 맡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14세 때는 트럼펫 연주도 시작했다.

하지만 20대 중반이던 1965년 두 악기를 내려놓고 우편 트럭을 운전하며 작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신생 록 밴드인 워록스의 멤버 제리 가르시아로부터 베이스를 연주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후 그는 가르시아 등과 함께 그레이트풀 데드라는 이름으로 록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레시는 가르시아와 함께 즉흥 연주 스타일을 개발해 공연에서 ‘마라톤 잼’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라이브 연주로 팬을 끌어모았다.

1995년 가르시아가 사망하며 그레이트풀 데드가 해체된 이후에는 ‘필 레시 앤드 프렌즈’(Phil Lesh and Friends)라는 이름으로 여러 음악가와 공연했고, 말년에는 2012년 캘리포니아 북부 자택 인근에 연 레스토랑 겸 나이트클럽 ‘테라핀 크로스로드’에서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