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출시 직후 비만약 관련 제약·바이오주 급등
펩트론, 비만치료제 개발 소식에 6거래일만 60%↑
비만약 ‘마운자로’ 출시 가능성에 관련주 주춤하기도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위고비 입고 됐습니다.”
지난 15일 ‘꿈의 비만약’이라 불리는 ‘위고비’가 국내에 입성하자마자 품귀 현상과 함께 관련 제약바이오주 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초반 강세를 보이던 관련 국내 비만약 관련 종목들은 최근 또 다른 해외 비만약 출시 소식에 주가가 하락하며 숨 고르기와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주사 형태 비만치료제로, 환자가 일주일에 한 번 스스로 주사를 몸에 꽂아 일정 용량의 약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일론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 글로벌 유명 인사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사용해 유명해졌다.
문제는 가격이다. 위고비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데, 가격은 판매처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월 80만원이며 1년 투약 시 약 1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한 번 투약하면 요요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쉽게 끊을 수 없어 높은 비용이 수반된다.
그럼에도 위고비 출시와 함께 관련 국내 비만 테마주 주가는 급등했다. 위고비 국내 출시 다음 날인 지난 16일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는 ‘펩트론’은 전 거래일 대비 24.68%(1만9300원) 급등한 9만7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펩트론은 최근 미국 일라이 릴리와 14개월 동안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6거래일 만에 주가가 6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위고비 국내 유통을 맡은 ‘블루엠텍’ 역시 16일 전 거래일 대비 25% 상승한 2만7000원에 마감했다. 비만치료제를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개발에 앞서고 있는 ‘한미약품’은 지난달 29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가 이달 들어 32만원까지 올랐으며, 위고비 성분이 포함된 비만치료 주사제를 개발 중인 ‘유한양행’도 연초 대비 138.3% 올랐다.
같은 날 나이벡(7.68%), 대원제약(6.43%), 한독(3.67%), 인벤티지랩(3.67%) 등 다른 비만 치료제 관련주도 상승했다.
하지만 위고비 출시 초반, 관련 있는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받은 것과 달리 현재는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위고비에 이어 또 다른 비만·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가 다양해진 제형과 함께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기업 한국릴리는 마운자로 국내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에 한국 비만약이 설자리가 좁아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샤페론’은 시간 외 거래에서 전일 대비 1.01% 내린 4890원에 거래를 마쳤다. 드림씨아이에스도 1.37% 하락한 4335원을 기록했으며 이외 한국파마, 나노엔텍도 약세를 보였다.
앞서 강세를 보인 펩트론과 블루엠텍도 잠시 쉬어가는 분위기다. 25일 종가 기준 펩트론은 전 거래일 대비 3.96% 하락한 8만9800원에 마감했으며 블루엠텍은 3.99% 하락한 2만1650원을 기록했다.
위고비 출시 이후 변동성이 커진 제약바이오주에 대해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비만 치료제 개발, 기술 이전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벤트 발생 시 관련 기업에 많은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비만약의 경우 한미약품의 임상 1상 데이터가 확보되는 2025년 상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본래 비만 또는 심혈관 질환 등을 가진 과체중 환자의 치료를 위해 허가된 위고비는 현재 단순 미용 목적의 처방과 용이한 비대면 처방 등으로 오남용 관련 우려도 나오고 있어 사용에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