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사업자에 사전등록 의무 부과…매월 보고도
올해 성장전망 달성 어려워…“경제정책방향서 수정”
“WGBI 편입 1급수 자금 유입돼 환율 안정성도 커져”
[헤럴드경제(워싱턴D.C.)=양영경 기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화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국경 간 거래 정보를 상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최 부총리는 24일(현지시간) 출장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테더(USDT) 등 스테이블 코인이 주요 거래소에서 출·입고되는 규모가 지난해 일일 1911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이 넘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화 등 법정 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이다. 낮은 거래 수수료와 빠른 거래 속도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무역거래 등에 활용된다. 하지만, 이 같은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는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데다 우회·불법거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최 부총리의 설명이다.
현재 가상자산은 외환과 달리 거래목적 확인이나 개별 거래정보 보고 체계가 없다. 국세·관세청이 별도 요청이나 압수영장 집행으로 거래내역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탈세나 자금세탁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 부총리는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어떤 성격인지, 어떻게 발행·상장 규제를 해야 하는지 합의가 없다”면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지급수단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정의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상자산은 외국환·대외지급수단·자본거래 등에 포함되지 않는 ‘제3의 유형’으로 규정한다.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취급하는 가상자산 이체업자 등 사업자에는 사전등록 의무와 월 단위 거래내역 보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한국은행이 정기 보고된 자료를 과세·감독 당국에 제공하면 불법활동·탈세 적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외국환거래법과 하위법령 개정을 완료하고, 하반기 정식 시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 부총리는 이번 모니터링이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제도화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에 추진하는 내용은 사업자가 실제 거래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라며 “가상자산의 무역·자본거래 활용 등 제도화 여부는 11월 출범할 금융위원회 주도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 부총리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1%에 그친 것에 대해 “수출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소비·설비투자 등 내수의 회복세에도, 수출 증가율이 GM파업과 비 IT 부문의 일시적인 이슈로 예상보다 둔화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2.6%)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여러 가지로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한 하방위험이 커졌다”면서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수치를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400원에 근접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선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강하다고 해서 그 나라의 통화가 강세인 건 아니다”라며 “일본의 엔화 약세 역시 예전보다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1급수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1급수는 가장 안전한 곳에만 투자하고 한 번 투자하면 잘 나오지 않아 외환시장 저변 확대와 연결되고, 그게 쌓이면 원화 안정성도 커진다”면서 “2·3급수는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와도 다음 날 빠져나갈 수 있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대두한 삼성전자 위기론과 관련해서는 “곧 한국산업의 위기론을 걱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위기론을 얘기할 수 있다는 건 기회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