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EPS 0.72弗…시장 전망 20%나 상회
“2026년 로보택시 양산…年 200만대 생산 목표”
美 텍사스·캘리포니아서 자율주행 승차 공유 서비스 제공 계획 전격 발표
실적발표·어닝콜 후 테슬라 주가 시간외 11.7% 급등
“테슬라 단기 주가 강세 가능성…트럼프 영향 고려해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가 올해 3분기 부진을 점쳤던 증권가의 전망을 보기 좋게 꺾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투자들 앞에 나서서 저가형 전기차 모델과 완전자율주행(FSD), 로보택시 ‘사이버캡’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까지 내놓으면서 투심을 자극했다.
이번 테슬라 실적 발표를 통해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주요 2차전지주(株) 주가에도 반등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테슬라 EPS 0.72弗…시장 전망 20%나 상회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7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 0.60달러를 20%나 웃돈 수준이다. 전년 동기(0.66달러)와 비교했을 때도 9.09%나 상승했다.
미 월가 큰손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실제 실적 기대치를 집계하는 어닝위스퍼가 제시한 3분기 테슬라 EPS ‘위스퍼 넘버(whisper number)’ 0.65달러조차도 실제 수치가 넘어섰다는 점에서 대다수가 예상치 못한 수준의 실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마진율도 시장 예상치인 16.8%보다 3.1%포인트나 더 높은 19.8%를 기록했다. 1년 전(17.9%)보다도 1.9%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21억6700만달러로 작년 동기(18억5300만달러)보다 1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54% 늘어난 27억17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 분기까지 이어졌던 4개 분기 연속 감소 행진을 끊어냈다. 영업이익률은 10.8%로, 작년 동기(7.6%)보다 3.2%포인트 높아졌다.
매출은 251억8200만달러로 미 월가 전망치였던 254억3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테슬라 측은 “생산 공장 현지화 등으로 인해 운송비 절감 효과가 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완전자율주행·로보택시·로봇’ 플랜에 환호한 투심
투자자들의 환호가 더 커진 데는 향후 전기차 시장 전망과 ‘미래 먹거리’ 사업의 진행 과정과 향후 비전에 대해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내놓았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어닝콜’에 직접 나선 머스크는 “도전적인 산업 환경 속에서도 눈에 띨 만큼의 이익이 발생했다”면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테슬라 차량 인도량의 획기적인 증가세를 가져올 카드로 꼽혀온 ‘저가형 신차’에 대해 머스크는 “자율주행 기능까지 더한 3만달러 이하 차량을 내년 상반기 예정대로 출시할 것”이라며 “내년도 차량 인도량는 20~3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3분기 테슬라는 전년 대비 6.4% 늘어난 46만3000대의 신차를 인도했다. 팩트셋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올해 연간 차량 인도량은 1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머스크는 로보택시 ‘사이버캡’ 양산 시점이 오는 2026년이라며, “연간 200만대”라는 구체적인 생산 목표치를 제시했다.
“매주 눈에 띌 정도로 성능이 개선 중”이라고 설명한 FSD도 내년 2~3분기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높은 안전성을 보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머스크는 주장했다.
머스크는 내년엔 미국 텍사스·캘리포니아주에서 로보택시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내용도 전격 발표했다. 그는 “주 정부에 관련 승인을 신청했고, 웨이모 등 기존 인가 사례에 준해 승인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머스크는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에 대해 “테슬라만이 압도적으로 진보한 휴머노이드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회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3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에선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장중 1.98% 떨어진 213.65달러에 마감한 테슬라 주가는, 실적 발표와 어닝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11.7% 오른 238.70달러까지 치솟았다. 단번에 지난 10일 종가(238.77달러)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테슬라 단기 주가 강세 가능성…트럼프 영향 고려해야”
테슬라가 오랜 기간 서학개미의 ‘원픽(최선호주)’으로 사랑받은 만큼,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10월 들어서만 테슬라 주가는 18.34%나 하락한 바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보관액은 128억1881만달러로 엔비디아(134억1557만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 17일까지 1위였지만,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액 감소로 3거래일 연속 2위로 내려 앉았다.
그동안 증권가에선 테슬라 주가 향방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이어진 상황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미 월가 애널리트스 58명의 평균 투자의견은 ‘보류(Hold)’였다. 야후파이낸스가 집계한 테슬라 목표주가도 210.94달러로 현재 주가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단기적인 테슬라 주가의 흐름엔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분명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 월가에선 목표주가 하향 조정 등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지만, 투자자들은 수익성 향상과 미래 비전에 한동안 집중해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기차 섹터 전반에 부는 훈풍이 국내 2차전지주 반등을 위한 긍정적 재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들어 LG에너지솔루션(-2.77%), 삼성SDI(-12.55%), LG화학(-8.98%), 엘앤에프(-13.66%), 포스코퓨처엠(-5.80%), 에코프로비엠(-12.09%) 등 주요 2차전지주의 주가 흐름은 앞선 반짝 반등 후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미 대선 등 외부 변수로 테슬라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유세에 적극 나서고 있는 머스크의 행보가 미칠 영향에 대해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비(非) 트럼프 지지자의 불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내연 기관차 연비 규제 폐지 등을 공약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에 따른 전기차 수요 감소, 트럼프발(發) 미·중 무역전쟁 심화 등에 따른 악영향 등은 테슬라 주가엔 부담”이라면서도 “차기 트럼프 행정부 내 ‘정부 효율성 위원장’ 임명이 예상되는 머스크가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점은 호재”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