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선택은 자유다. 최종선택에서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도 아닌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열린 결말'을 만들었다는 것은 '나는 솔로' 22기 영숙의 경우라면 한번 그 의미를 음미해볼만하다.
23일 종영한 '나솔' 22기인 영숙이 막판까지 영수, 영철 두 남자의 구애를 받으면서도 최종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김이 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영숙은 계속 간을 보고 다녔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패는 다 까주길 바라면서 마지막에 자신의 패는 보여주지 않고 선택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의미일까?
'라방'이나 오프라인에서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시즌2를 하겠다는 의도인가? 두 남자를 묶어두려는 고도의 '어장관리'를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나는 솔로'는 기수별로 만남부터 최종선택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전국민이 볼 수 있는 방송 콘텐츠다. 사적 비용으로 충당해야 하는 데이트 비용뿐만 아니라 출연료까지 제공해주는 이유 정도는 알고 출연해야 한다. 사적인 관계를 방송에서 전국민에게 공개해달라는 반대급부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거다. 일종의 '트루만 쇼'를 즐기는 시청자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싫다면 연애 콘텐츠를 파는 방송에 안나오는 연애를 해야 한다.
영숙은 옥순과 함께 첫인상 선택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전자는 '자뻑', 후자는 '까다로움'을 감당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특히 영숙은 자칭 '사기 캐릭터'로 만들면서 남성들을 유인했다. 넘치는 '자기愛'였다. '얼굴 예쁘지, 몸매 예쁘지, 똑똑하지, 잘 나가지, 학교에서 다 알아주지, 동네에서 다 알아주지'라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니 커뮤니티에서는 영숙이 학교 어디 나왔냐는 것으로 난리가 났고, 자신이 스스로 벗은 게 더 예쁘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해 온라인이 난리가 났다.(웬만해선 이런 말을 방송에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난리를 자신이 만들어내는 스타일일 수도 있다.
영숙 스타일을 눈치챈 영호와 광수는 일치감치 호감을 철회하며 빠져나왔지만, 영숙의 매력에 빠져버린 영수와 영철은 마지막까지 영숙의 선택을 얻기 위한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에 영철 쪽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영수는 영숙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영숙이 영수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희망고문성 발언을 하자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영수는 “순종할게”라는 말까지 했다. 이건 정희와 상철의 아름다운 '연하 펫과 주인' 관계와는 다르지 않나
처음에는 불리했던 영철은 마지막날 최종선택 직전에 “영수님의 의기소침한 표정을 보고 ‘이건 내가 판정승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의기양양해했다.
영숙은 “미묘한 신경전에 기가 빨려서 힘들었다”고 말했지만, 그 신경전은 자신이 만든 상황이다. 중간에 확실하게 마음을 표현하면서 교통정리를 해나갔다면 이런 상황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영수와 영철 두 의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숙에게 선택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영수는 이적의 ‘다행이다’를 부른 뒤, “잊었던 설렘을 가져다줘서 정말 고마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선택하겠다”라고 영숙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영철도 “그 분과 이후에 더 좋은 인연이 되고 싶다. 처음 느낌대로 (영숙을) 선택하겠다”며 영숙을 선택했다.
영숙은 “이렇게 멋진 두 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면서도, “오늘이 끝이 아니라 열린 결말로 남겨두고 싶다. 더 많은 얘기는 나중에 했으면 좋겠다”고 한 뒤 최종 선택을 포기했다.
나중에? 언제? 영수-영철은 영숙의 선택 포기에도 괜찮다는 눈인사와 ‘엄지 척’을 보냈지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허탈한 심정을 느꼈을 것 같다.
결론을 말하겠다. 영숙이 최종선택을 안한 것은 본인의 마음이 그러니 하고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다. 하지만 두 남자들이 결론도 얻지 못할 구애 레이스를 마지막까지 펼치게 한 건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안되도록 영숙이 충분히 교통정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출연자들끼리 모이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즌2는 없다. '나솔사계'는 '나솔'기수들의 '헤쳐모여'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