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피 시총 ‘4분의 1’ 넘었던 三電…16.43%까지 급락
9·10월 三電·코스피 상관계수 ‘0.2’ 수준…탈동조화 뚜렷
三電 PBR 1.11배…13년 2개월 만에 최저 ‘역사적 저평가’
SK하이닉스와 금융·헬스케어株 코스피 내 영향력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최근 크게 약화된 모양새다. 한때 코스피 지수 전체 시가총액 중 4분의 1 수준을 넘어섰던 삼성전자 비중이 16%대까지 하락, 9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 앉으면서다. 이런 흐름 속에 삼성전자 주가 흐름만으로도 코스피 지수의 향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알려졌던 것과 달리, 최근 두 달 간엔 상관계수가 ‘제로(0)’ 수준에 근접하면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때 코스피 시총 ‘4분의 1’ 넘었던 三電…16.43%까지 급락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44조4565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 2096조6009억원의 16.4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코스피 전체 시총 중 삼성전자 시총의 비율은 지난 2016년 9월 12일 기록한 16.38% 이후 8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19일엔 삼성전자 시총이 코스피 전체 시총의 26.11%에 이를 정도로 커지기도 했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종가 기준 22.13%였던 삼성전자 비중은 지난 4월 5일 22.77%로 연고점을 찍은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이후 지난 10일(16.6%) 16%대에 진입한 삼성전자 비중은 전날까지 9거래일 연속 17% 선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과 코스피 지수의 방향성 간의 월별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국내 전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0.21’을 기록했던 삼성전자·코스피 간 상관계수는 이달 들어선 ‘0.20’까지 떨어졌다. 지난 2월 ‘-0.36’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7개월 간의 상관계수는 ‘0.72~0.94’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바 있다.
상관계수는 ‘-1’에서 ‘+1’ 사이의 숫자로 표현된다. ‘+1’에 가까울 수록 두 변수가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1’에 가까울 수록 반대로 움직인다고 읽힌다. ‘0’에 가까운 숫자가 나올 경우 ‘탈동조화(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가 강하다는 의미다.
코스피 전체 시총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면서 삼성전자가 코스피 등 국내 증시 전체 흐름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9월 첫 거래일(2일) 20.26%에 달했던 코스피 중 삼성전자 비중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동안 3.83%포인트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三電 PBR 1.11배…13년 2개월 만에 최저 ‘역사적 저평가’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2.2%나 내린 5만77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52주 신저가’에 해당하는 수치임과 동시에 지난해 1월 3일 기록한 5만5400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기록한 종가 기준 최저가다.
외국인 투자자는 전날도 삼성전자 주식을 2853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30거래일 연속으로 ‘팔자세’를 이어가면서 외국인 투자자 연속 순매도세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저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도 전날 종가 기준 1.11배까지 내려 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중 최저점은 물론이고, 지난 2011년 8월 22일(1.11배) 이후 무려 13년 2개월, 개월수론 158개월 만에 기록한 최저 수치다.
인공지능(AI) 칩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체인(공급망)에서 소외된 데 따른 삼성전자 하락세는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로 한층 심화했다. 삼성전자의 위기가 HBM 개발 지연에 국한된 게 아니라 D램 등 레거시(범용) 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 전반에 걸친 것임이 확인되면서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바닥권 주가에도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저가매수는 보유에 따른 추가 기회비용이 제한되는 초장기·극소수 개인투자가 일방에 국한된 단편적 전술 대응”이란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전문가들은 차세대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품질 인증 통과가 주가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HBM3E 인증의 성공적 통과 여부가 삼성전자의 단기 주가뿐만 아니라 내년 HBM 사업 부문의 본격 성장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내년 수요를 대비해야 하는 올해 3분기에 삼성전자 HBM3E의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금융·헬스케어株 코스피 내 영향력 ↑
전체 코스피 지수에 대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차별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코스피 시총 상위 대형주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 시총 톱(TOP)10 종목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9개 종목(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셀트리온, 기아, KB금융, 신한지주, 포스코홀딩스)의 전날 종가 기준 시총 합산액은 521조966억원으로 연초(459조547억원) 대비 13.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이들 9개 종목 시총 합산액이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연초 21.38%에서 전날 기준 24.85%까지 늘어난 것도 확인됐다.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종목은 삼성전자와 ‘반도체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국내 시총 2위 SK하이닉스다. 연초 코스피 전체 시총 중 비중이 4.83%였던 SK하이닉스는 전날까지 6.52%로 영향력을 빠른 속도로 높여가면서다.
헬스케어 섹터 대표주인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종목)’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연초 대비 시총이 각각 34.22%(56조1563억→75조3733억원), 20.06%(33조8922억→40조6915억원) 씩 늘었다. 덕분에 코스피 중 비중도 각각 2.62%에서 3.60%로, 1.58%에서 1.94%로 높아졌다.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밸류업’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 섹터의 KB금융, 신한지주도 돋보이는 종목들이다. 두 종목의 시총이 각각 연초 대비 71.22%, 40.63%씩 커진 가운데, 코스피 중 비중도 각각 1.01~에서 1.77%로, 0.94%에서 1.36%로 늘면서다.
상반기까지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에 힘입어 국내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반도체 섹터의 단독 질주가 사실상 막을 내린 가운데, 코스피 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종목·섹터가 투자자들 사이에 이어지고 있는 차기 주도주 탑색에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석환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8단과 12단 HBM3E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수익성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과 내후년에도 AI 칩 수요의 고성장이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 레벨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임박한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트레이드(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베팅하는 투자 전략)’의 주요 수혜주로 꼽히는 분야가 헬스케어·금융섹터다. 규제 완화란 정책적 수혜가 기대되는 분야”라면서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단행한 ‘빅컷(한 번에 50bp 금리 인하, 1bp=0.01%포인트)’ 이후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헬스케어 종목에 대한 투심은 지속적으로 자극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