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발의 이어져
이행강제금 매년 2000억원 부과…“선처 기회 달라”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 위반건축물로 분류된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 A씨는 만기가 다가왔음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해 애를 먹었다. 신축급 건물에 위치도 좋고 주변 시세대비 저렴한 가격이지만 위반건축물이라는 이유로 1금융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권리관계도 깨끗한 매물이라 사람들이 많이 보러왔는데 대출이 안되니 다들 돌아서더라”고 토로했다.
#. 위반건축물 다가구 건물 소유자 B씨는 일년에 수천만원씩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다 결국 물건이 경매에 부쳐졌다. B씨는 “비아파트는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아파트는 35층 지어도 괜찮고 다가구는 1층만 더 지어도 위법인 나라”라고 비판했다.
다가구, 다세대 등 위반건축물을 선별해 사용승인을 내주는 방식으로 위반건축물을 양성화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7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2019년까지 완공된 특정건축물 가운데 인근 주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안전상 문제가 없는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건물을 선별해 사용을 승인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특정건축물의 최종적인 양성화를 도모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유사한 취지의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총 10건 발의됐지만 통과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날까지 총 7건이 발의된 상황이다.
대표 발의자인 박 의원은 “서민주거의 한축을 담당해왔던 다가구, 다세대 주택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서민의 거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불법 개조가 다수 활용됐고, 이후에는 현실에 맞지 않는 일조권 사선 제한이 오히려 안전에 취약한 불법건축물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면서 “생계형이거나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불법건축물의 소유자도 시정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평생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돼 경제적 타격을 받는 이들 늘어나고 있으므로, 요건을 충족하는 특정건축물에 한해 한시적으로 합법적으로 허가 및 신고, 사용승인 및 용도변경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부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위반건축물 적발시 건축허가권자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행기간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2019년 4월 정부와 국회는 거주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방 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해 소규모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횟수 제한 규정을 삭제해 이행강제금의 실효성을 높였다. 따라서 이행강제금은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거나 합법적인 건축물로 전환할 때까지 매년 부과되는데, 매년 2000억원 정도가 부과되는 중이다. 이행강제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압류 등 법정 조치가 진행된다.
전국특정건축물 총연맹 관계자는 “현 위반건축물 소유자들은 위반면적에 대한 취득세(중과징수)를 이미 납부했으며 5년~11년 째 위반 과태료를 납부 중”이라며 “법을 위반한건 잘못된 일임을 모두 다 뼈저리게 인지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그간 많은 고통 을 감내해온 민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선처의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전국특정건축물 총연맹은 올 초부터 3월까지 위반건축물 양성화를 위한 법안을 제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햔편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2022년 기준 전국에 13만6505채의 불법 건축물이 남아있다. 이같은 불법건축물 대다수는 임대로 활용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불법건축물 중 다세대주택 86.4%, 연립주택 76.1%가 임대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2019년~2022년 다세대‧연립주택에서 발생한 임대차 거래 94만건 중 15만6000건(16.7%)가 불법건축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