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로보틱스 자회사로…사업재편 재추진
밥캣 ‘몸값’ 높이며 주주 달래기…“주주 이익 증가”
“에너빌, 밥캣 분할로 1조 이상 원전 투자 여력 확보”
“밥캣-로보틱스, 2026년 1000억 시너지 창출 예상”
[헤럴드경제=정윤희·한영대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한차례 주주 반발과 금융당국의 제동에 부딪쳤던 사업 재편안이 순항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을 높인 것이 주주들을 만족시킬지 주목된다.
이번에 재추진하는 사업 재편안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의 모회사가 될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즉, 밥캣이 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다.
핵심은 재산정 된 합병 비율이다. 앞서 두산은 지난 7월 사업구조 재편을 발표하며 밥캣을 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밥캣 저평가 논란’ 등에 휩싸이며 8월 말 이를 철회했다.
두산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재편안 재추진을 발표하며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두산밥캣 모회사)의 합병 비율을 1대 0.043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합병 비율 1대 0.031보다 오른 것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비율을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주주들이 보유하게 되는 주식 가치는 지난 7월11일 종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한다.
특히, 연간 1조원의 흑자를 내는 ‘알짜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몸값’을 기존안 보다 높였다. 이를 위해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법인-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했다.
박상현 사장은 “합병 비율을 시가로 정할 수밖에 없지만 시장에서는 로보틱스가 고평가되고 밥캣이 저평가돼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 부분은 우리가 놓쳤던 것은 맞다”며 “제도상으로 시가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던가, 밥캣을 밸류업 해 밥캣 주식이 더 올라간다면 최근 제기된 이슈(불만)에 대해 가라앉을 것이고 우리도 (주식포괄교환에 대해) 다시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밥캣 경영권 프리미엄을 43%로 설정한데 대해서는 “분할 합병 가치 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보고서가 필요해 회계법인을 접촉했고 법률상 ‘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답변을 얻었다”며 “그래서 시가에 프리미엄을 얹었고, 과거 10년간 시장에서 트레이딩 되는 것에 대한 프리미엄 평균치가 43%였기 때문에 이 수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주주 환원, 배당 확대 등에 대해 지금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사회나 절차 통해 계획을 짜면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사장도 “이번 개편이 끝나면 에너빌리티 일반 주주들은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며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의 가치가 상승하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상현 사장은 이날 발표한 사업재편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소통했냐는 질문에는 “실무자들끼리 소통하고 금융감독원의 요구사항을 받아 이번 안에 충실히 반영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부족한 것은 반성하고, 일반 주주들과 일반 주주들을 대표하는 여러 기관과도 더 소통해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반영하겠다”고 했다.
또, 앞서 철회한 사업 재편안이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것을 의식한 듯 “이번 개편을 통해 얻는 이득은 대주주인 두산이나 일반 주주나 동일하다”며 “소통 부족으로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이번 재편안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밥캣 분할로 약 7000억원의 차입금 부담을 덜고 원전 관련 설비 확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의 경우 총 10기 수주를,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는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500개 영업네트워크를 구축한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서 북미·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밥캣과 로보틱스간 시너지는 단기적으로 당장 매출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2026년 1000억원, 2030년 5000억원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스캇 박 부회장 역시 “(로보틱스와) 사업구조, 목표, 시장이 유사해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가 다양한데 지금처럼 지배구조상 떨어져 있으면 시너지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며 “(로보틱스와 밥캣이) 모회사-자회사가 되면 다양한 부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앞서 철회했던 밥캣과 로보틱스 간의 합병은 당장은 추진하지 않는다. 스캇 박 부회장은 “앞으로 (밥캣과 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 교환은 2년 간 어렵고, 시장의 의견을 듣고 시너지 상황을 고려해 향후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