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북한군 파병 공식 확인해주지 않을 것”
“우크라, 북한군 파병은 국제사회 지원 요청 호재”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에 대해 다수의 군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익명을 요청한 군 전문가는 2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금 이 사안을 강력하게 얘기하는 곳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한국 정부밖에 없다”며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이 전선에 투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북한의 의도를 좌절시키기 위한 것일텐데 북한군 투입을 막을 목적이었다면 미국과 동시에 강하게 어필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확장돼서 미국의 자원이나 역량이 더 많이 우크라이나에 연루되는 것을 경계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견을 끝까지 확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군 전문가는 각국의 입장을 장·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명확해 진다며 우리 정부가 섣불리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굉장히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기 위한 좋은 아이템이 생긴 것”이라고 봤다.
반대로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으로 전력이 보강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위상과 지위를 생각할 때 결국 지원을 하더라도 사람을 살리는 물자를 지원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투입됐을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재고해야 한다고 평했다.
그는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나라”라며 “러시아가 공격을 받고 있다면 병력이라도 가서 방어력을 보강해야겠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니 병력보다는 노동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체 우크라이나 전역의 전력에 대비했을 때 1만2000명이라는 숫자가 그다지 의미 있는 숫자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북한군의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초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인 김정식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수십 명의 북한군 장교와 함께 수차례에 걸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 인근의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장을 방문해 현지지도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국정원은 이후 북한군 동향에 대한 밀착 감시에 나섰으며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활용해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함으로써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현재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다.
이들은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CNN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의 영상을 보도하면서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안내가 적혀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CNN은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키이우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