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포수 강민호(39)에게 한국시리즈(KS)는 꿈의 무대, 그리고 한의 무대다.
그랬던 그가 이제 그곳을 향해 간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린 주인공의 자격으로.
강민호는 그간 KS와 인연이 없었다. 강민호는 2004년에 프로로 데뷔했다. 그는 프로야구 통산 정규시즌 최다 경기 출전(2369경기) 기록을 보유 중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KS 무대는 한 번도 밟지 못했다.
흔한 일이 아니다. KBO리그 2000경기 이상을 뛴 22명 타자 중 KS 무대에 올라가지 못한 선수는 사실상 강민호가 유일했으니.
한도 더해졌다. 강민호는 2021년에 큰 기회를 놓쳤다. 삼성은 정규시즌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kt wiz와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패배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 베어스에 밀려버렸다.
"KS의 냄새라도 맡고 싶다." 강민호는 올해 삼성이 상위권에서 경쟁하자 이러한 마음 속 바람을 보이기도 했다.
강민호는 이날 '결정적 경기'의 주인공이 돼 KS 진출권을 땄다.
7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한 강민호는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초 선두 타자로 상대 팀 두 번째 투수 손주영을 상대로 3볼-1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7㎞의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휘두른 방망이에 맞은 공으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다. 솔로 홈런이었다.
삼성은 이 점수를 지켰다. 드디어 KS 진출을 이룬 것이다.
강민호는 이날 1회말 무사 1루 위기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는 홍창기도 저지했다. 2회 1사 1루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한 오지환을 재차 끌어내렸다.
그는 김재윤과 함께 9회말 마지막 타자 오스틴을 삼구삼진으로 처리한 후 포효했다.
강민호는 타석에서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포수로 LG 타선을 무득점으로 묶었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는 그였다. 이견이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은 "(강)민호 형이 오늘 칠 것 같았다. 믿고 있었다"고 했다.
구자욱은 경기 후 "제가 경기에 나가지 못하니 심장이 더 떨렸다"며 "지금은 빨리 무릎이 괜찮아져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9년 만에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를 3승 1패로 통과한 정규리그 2위 삼성은 2015년 이래 9년 만에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이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1위 KIA 타이거즈와 21일부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올해 최고 팀을 가리는 일전을 벌인다.
삼성과 KIA(전신 해태 포함)가 한국시리즈에서 마주하는 건 1993년 이래 31년 만이라는 점 또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