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사문서위조 무죄

검찰, 공소장 변경…사서명위조 혐의로 변경

2심, 사서명위조 혐의 유죄 인정

대법 “2심 판결 잘못…공소시효 지났다”

공소장 변경으로 혐의 달라졌다면…대법 “공소시효 기준도 바뀐 혐의 기준”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으로 적용 혐의가 달라졌다면, 공소시효의 기준도 바뀐 혐의를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바뀐 혐의가 처음 적용됐던 혐의보다 공소시효가 짧아 이미 그 기간이 지났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약사법 위반, 사서명위조 등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공소장 변경 결과, 바뀐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지났으므로 처벌할 수 없다”며 다시 재판하도록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약사가 아니었음에도 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사 행세를 하기로 했다. 대가를 주고 대여한 약사 면허로 경남 의령군, 충남 청양군 등에서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약국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공문서 위조, 약사법 위반, 위조공문서 행사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질렀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공주지원 1형사부(부장 김매경)는 지난해 12월,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A씨의 혐의 중 사문서 위조는 무죄라고 봤다. 검찰은 A씨가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했다고 봤는데, 1심은 A씨가 문서 자체를 위조한 게 아니라 대리권에 기초해 가명으로 서명만 대신 했다고 봤다.

검찰은 항소하며 공소장을 변경했다. 혐의를 무죄가 나온 사문서위조 대신 사서명위조로 바꿨다. 2심은 이를 받아들여 재판을 진행했다. 그 결과, 2심을 맡은 대전고법 1형사부(부장 박진환)는 지난 5월 징역 6년 실형으로 가중 처벌했다. 사서명위조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된 결과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혐의가 사문서위조가 아닌 사서명위조로 바뀌었다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사문서위조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반면 사서명위조죄는 공소시효가 5년으로 더 짧다. 검찰은 A씨가 해당 범행을 저지르고, 6년 9개월이 지났을 때 재판에 넘겼다. 2심 재판 과정에서 바뀐 혐의인 사서명위조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셈이다.

대법원은 “공소장이 변경돼 적용된 혐의가 달라졌다면, 바뀐 혐의를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며 “사서명위조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므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2심)은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이 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며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깨고,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낸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4번째 재판에서 A씨는 다소 감형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