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혐의
1심 벌금 300만원→2심 무죄
대법, 무죄 확정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장애아동이 언어치료를 거부하며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다리를 잡아끈 활동지원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다소 과한 행동을 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아동학대가 아니라 훈육의 일환이었다는 이유에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아동복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활동지원사 A(63)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장애인 지원단체 활동지원사 A씨는 뇌병변 장애가 있는 피해아동을 5년간 매일 약 5시간씩 돌봤다. 그러다 아동이 만 11세가 된 2022년 3월께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A씨는 아동을 센터 내 언어치료실로 데려가려 했지만 아동은 치료를 거부하며 고집을 부렸다. 바닥에 드러누워 A씨를 꼬집었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당시 A씨는 바닥에 누워있던 아동의 양쪽 다리를 잡고 끌어 엘베이터 밖으로 이동하게 했다. 또는 복도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을 땐 오른쪽 손 부위를 3회에 걸쳐 내리쳤고, 피해아동의 양쪽 팔을 잡고 부축하다 팔을 놓아 아동이 복도 바닥에 부딪히게 했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A씨의 행위가 3회에 걸친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학대의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 결과, 1심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단독 정승호 판사는 2022년 12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의 행위는 훈육, 행동 교정의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 신체적 학대행위 및 장애인에 대한 폭행에 해당한다”며 “피해아동의 건강상태, 연령 등을 감안하면 그렇다”고 봤다.
2심에선 무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2심을 맡은 대구지법 제5형사부(부장 김상윤)는 지난 7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해아동이 센터에서 언어치료 받는 것을 거부하며 복도 바닥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워 실랑이를 벌이던 과정에서 있었던 사건”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5년 간 피해아동을 돌본 A씨는 피해아동이 고집을 부리면 일단 무관심한 척하거나, 그가 좋아하는 손세정제를 가지고 와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등 여러 방법을 썼었고, 그래도 아동이 움직이지 않자 치료를 받도록 행동을 단호한 지도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손과 발을 끌어당기는 등 다소 과한 행동을 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피해아동이 꾸준한 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 센터로 데려가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임의로 치료를 쉬게 하거나, 센터 외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보이고, 피해아동이 고집을 부릴 때마다 치료를 쉬게 하는 게 피해아동의 장래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