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구속집행정지” 목소리

수감 중인 김승연(61) 한화 그룹 회장의 병세가 상당히 위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의료진은 실제 돌연사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등 각계에선 김 회장의 병세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한편, 대기업 총수라는 이유로 역차별받는 일 없이 객관적인 법의 잣대에 의해 구속집행정지 등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회장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사실은 지난 4일 김 회장이 지난해 8월 1심 선고 직후부터 수감된 서울남부구치소 측에서 그의 구속집행정지를 법원에 정식 건의하면서 재차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치소 측이 직접 ‘일시 석방’을 재판부에 요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 일부에선 대기업 총수의 ‘휠체어 법정 출석’ 등 상투적인 사례를 지적하며 ‘형벌을 모면하려고 엄살을 피우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내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주치의 등 의료진과 접견 변호사에 따르면 김 회장의 병세는 실제 매우 위태로운 지경이다. 김 회장은 지병인 우울증과 당뇨가 악화된데다 저산소증과 고탄산혈증이 동반된 호흡부전을 겪고 있다.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도 정상호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진 관계자는 “무호흡증 및 폐렴, 폐혈증에 따른 돌연사 위험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폐혈증은 신체 일부를 감염시킨 세균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최근 작고한 황수관 박사와 전 조직폭력단 두목 김태촌 씨의 사인도 패혈증이었다.

김 회장을 구치소에서 접견하고 있는 변호사도 “1심 진행 중에도 호흡곤란으로 재판장의 허락을 받고 응급실로 실려간 적이 있다. 구치소에서 접견할 때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많아 이러다 정말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기업 총수라는 이유로 오히려 역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세계적 경제 침체로 경영상 어려움에 빠진 기업인에 대한 사기진작 차원에서도 이번에 꼭 구속집행정지 건의가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회장 측은 지난해 11월 “장기간 재판이 예상돼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고 건강상 문제도 있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재판부는 조만간 김 회장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용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