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엔 화폐 무용지물 환금성 좋은 금으로 바꿔

‘전쟁이 나면 금값이 오른다’는 속설이 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현금 통화는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 지폐는 그냥 종잇조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한강철교가 파괴됐을 때, 한강 나룻배를 건너던 사공은 돈에는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금 한 덩이를 주니 당장 건네줬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들려온다.

실물화폐인 금은 어떠한 경우라도 그 가치가 그 안에 내재돼 있지만, 화폐는 금을 단위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쟁이 터지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그래서 전시 중에는 금을 더 확보하려고 사람들은 혈안이 되고, 금값은 치솟게 된다.

2001년 9ㆍ11 테러 때에도 그랬다. 당시 금값은 온스당 300달러 아래에서 머물고 있었지만 테러가 발발하자,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를 찍어내면서 금값은 상승 국면으로 돌아섰다. 2010년 연평도 교전이 발발했을 때도 그랬다. 은과 백금 다른 금속 가격은 떨어졌지만, 금값은 올랐다.

전시 중에 금의 장점은 많다. 돈에 비해 가볍고 작아 이동성이 우수하고, 은과 백금 등은 가격이 떨어지지만 금은 환금성이 우수해 유사시에 언제든 돈으로 바꿀 수 있다.

특히 전쟁이 시작될 즈음에 금값이 오른다. 사람들이 불안정한 화폐를 모두 금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만일 전쟁이 빨리 끝나게 되면 금값은 다시 떨어지고 안정세를 찾게 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금값의 오름세는 계속 지속된다.

결국 전쟁이 일찍 끝나는 것이 금값의 폭락과 폭등을 막는 지름길인 셈이다.

신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