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이름은 타운하우스촌이지만 땅콩주택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건축된 뒤 부턴 다들 땅콩밭(?)이라고 불러요.”
동탄신도시 타운하우스에 사는 주민 김모씨는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땅콩주택 현장을 바라보면서 “동네가 한 순간에 아파트 단지보다 못한 저층 주택단지로 전락하는 느낌”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주말이면 인근 고급 타운하우스를 구경한 뒤 이곳을 둘러보는 외지인들이 꽤 많았는데 최근엔 그런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고급 타운하우스촌으로 개발되던 동탄신도시 일대 타운하우스 단지가 애초 계획과 달리 땅콩주택 단지로 변모하고 있다. 화성시 태안읍, 동탄면 일원 903만7000㎡ 부지에 개발되는 동탄은 분당, 일산 등 1기신도시의 뒤를 잇는 2기신도시로 아파트 등과 함께 총 21만㎡(녹지면적 포함 33만㎡) 규모의 타운하우스 단지를 갖추고 있다.
당시 아파트의 편리함과 단독주택의 쾌적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타운하우스가 아파트를 대체할 미래형 주거형태로 각광받으면서 동탄신도시 타운하우스촌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대 후반 동탄 주변에 타운하우스 건설붐이 불면서 청도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자드건설, 영동건설 등 5개 건설사가 타운하우스 분양 경쟁에 뛰어들었고, 견본주택엔 청약자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고급 주거지인 만큼 아파트에 비해 상당히 넓고, 가격은 고가라는 평을 들었다. 공급면적은 229~309㎡선, 분양가는 3.3㎡당 1600만~2000만원대에 책정됐다. 타운하우스 한 채당 분양가는 10억~16억원선. 3.3㎡당 1000만원대 초반대에 형성됐던 당시 동탄신도시 아파트 시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가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동탄 일대에 건설된 타운하우스는 보통 280㎡ 안팎의 복층 구조로 분양가격이 15억원 안팎을 호가했다”며 “심지어 한채에 최고 20억원을 호가하는 고급형 타운하우스도 즐비했다”고 설명했다.
동탄 일대가 타운하우스 전시장(?)으로 돌변했지만 높은 분양가 때문에 실제 분양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 등도 타운하우스가 미분양 역풍을 맞은 또 다른 이유다. 이로 인해 동탄 지역엔 건설사들이 팔지 못한 타운하우스 미분양 물량이 넘쳐났다.
건설사중 일부는 그동안 타운하우스 미분양 소진을 위해 최대 50% 할인판매하는 등 ‘눈물의 세일’을 펼쳤다. 실제로 분양 당시 15억원 안팎하던 타운하우스중 일부는 7억~8억원대에 팔려나갔다. 동탄 주변 A공인중개 한 관계자는 “급매로 나온 타운하우스 매물 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실제 매입하려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호가를 공개하고 가격을 절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운하우스 헐값 분양은 물론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2012년 하반기부턴 타운하우스 분양 사업을 포기하고 타운하우스 부지를 헐값에 처분하는 건설사까지 하나 둘씩 등장했다. 미분양 부담을 덜기 위해 타운하우스 대신 땅콩주택을 짓는 경우도 잇따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한 필지에 2가구를 짓는 땅콩주택은 4억원대의 저렴한 분양가 때문에 분양률을 높일 수 있다”며 “이같은 이유로 인해 동탄에서 땅콩주택 분양에 관심을 갖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