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 이태성 상무 보폭확대 동원그룹 김남정 부회장 승진 녹십자 · 성신양회도 승계 본격화

밑바닥부터 훑으며 치열한 경영수업 1 · 2세대 성과계승이 자질입증 과제

총매출액 수조원대의 중견 그룹사들에도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자 오너십을 강화해 이를 돌파하려는 수로 읽힌다.

우선 매출 7조원대 재계 50위의 철강전문기업인 세아그룹이 3세 경영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작고한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 이태성(35) 세아홀딩스 상무는 지난 22일 발표된 세아그룹 임원인사에서 세아홀딩스에 이어 핵심계열사인 세아베스틸 기획본부장(상무) 겸직 발령이 났다. 당초 이 상무가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승진 명단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상무는 지주사인 세아홀딩스뿐 아니라 세아베스틸 기획본부장까지 겸임하게 돼 그룹 내 영향력을 넓혀가게 될 전망이다. 그룹 경영과 더불어 핵심사업까지 챙기게 됐기 때문이다. 고 이운형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동생 이순형 회장과, 이번 인사에서 세아네트웍스 회장 및 세아홀딩스 부회장으로 승진한 모친 박의숙 회장을 도우며 이 상무가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나선 모양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동원그룹도 전날 정기 임원인사에서 내년 1월 1일부로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40)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을 같은 회사 부회장으로 승진발령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의 지주회사다. 사실상 2세 경영의 막이 오른 것이다. 장남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2004년 동원그룹의 금융 부문을 맡아 그룹에서 독립했다.

신임 김 부회장은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후 1996년 동원산업에 생산직으로 입사, 창원공장에서 4개월간 참치통조림을 직접 제조했다. 그 뒤론 3년간 서울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백화점 등에 직접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했다. 이후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과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에 이어 2011년부터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및 2008년 인수한 미국의 참치캔 회사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동원그룹의 핵심역량 강화와 그룹 미래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중견그룹 ‘3세 시대’…책임경영으로 위기돌파

녹십자도 12월 인사에서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그룹 창업주 손자인 허은철(41) 부사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허 부사장은 부친과 녹십자를 함께 창업한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녹십자는 허 부사장을 위해 그동안 없던 기획조정실을 신설했다. 연구개발(R&D)만 관할하던 허 부사장은 기획조정실장을 맡게 됨으로써 사실상 영업, 생산, R&D 등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숙부인 현 허일섭 회장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천마표 시멘트’로 잘 알려진 성신양회도 최근 인사에서 김태현(39)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을 알렸다. 김 사장은 창업주 고 김상수 회장의 장손이자 김영준 성신양회 회장의 장남이다. 올해 1월 수석부사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대표이사 사장이 됨으로써 깊은 침체에 빠진 시멘트 및 레미콘사업의 활로를 어떻게 열어갈지 기대된다. 김 사장은 그동안 해외사업에 열중해 왔다. 그는 지난 2010년 베트남에 100% 자회사인 레미콘 제조업체 성신비나(VINA)를 설립했다.

제지ㆍ펄프기업 무림그룹에서도 3세가 경영승계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동욱 현 회장의 외아들 이도균(35) 씨가 최근 정기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현재 무림 3사(무림페이퍼, 무림P&P, 무림SP)의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밑바닥부터 혹은 중간간부로 입사해 수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지만, 1ㆍ2세가 이룬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이 3세들에게 주어졌다”며 “결국 경영능력이 검증돼야 자질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문술ㆍ홍성원ㆍ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