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김기영 재판관도 함께 퇴임

세 사람 후임 미정

이종석 헌재소장 퇴임…“위기 상황, 사법 정치화 경계해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이종석 제8대 헌법재판소장은 17일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기 상황에 홀로 힘들게 서 있는 형국에 있다”고 진단하며 헌재를 떠났다.

오늘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 소장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재판 독립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권한쟁의 심판, 탄핵심판 같은 유형의 심판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나타나면 사법의 정치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것은 많은 정치학자와 법학자들이 지적하는 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무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 소장은 “상반기에 다수 미제사건이 감소하는 가시적 성과가 있었지만 이런 효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사건의 접수 경향이나 성격, 관련 통계의 세심한 분류에 기초해 개선방안 시행에 따른 성과와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취임 당시 재판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돌이켜 봤을 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다”며 “많이 부족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게 된다”고 소회를 밝혔다.

끝으로, 이 소장은 “헌법재판소가 백송(흰 소나무)과 같이 우리 사회와 국민을 한결같이 의연하게 지키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 믿든다”는 말을 남겼다.

이 소장은 2018년 10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후 작년 12월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했다. 이날 이 소장과 함께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도 퇴임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정의는 지각을 할 순 있어도 결석은 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6년 내내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워낙 많은 사건이 접수되는 탓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헌법연구관 증원이 매우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6년간 근무하며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며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담은 의견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천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미련은 없다”며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훨씬 더 좋은 결정을 많이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 사람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국회 추천 몫이라 국회가 정해야 하는데, 여야가 각자 몇 명을 추천할지를 두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