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청정에너지 전환 해법으로 ‘주목’
국내기업 수혜 기대…두산에너빌리티·DL이앤씨, X-에너지에 투자
SK㈜·SK이노-테라파워, 두산·삼성물산·GS에너지-뉴스케일 협력
[헤럴드경제=정윤희·김은희 기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주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가 원자력 기업과의 협력에 속도를 내는 것은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의 해법으로 주목 받고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SMR 기업인 X-에너지 외에도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카이로스파워 등이 빅테크 기업들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아마존의 X-에너지 투자 발표 하루 전날,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와 향후 가동하는 7개 SMR 원자로에서 총 500㎿ 전력을 구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MS는 SMR 건설 지원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미국 원전기업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데이터센터에 20년간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오픈AI 역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SMR 스타트업 오클로의 이사회 의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클로는 2027년 첫 SMR 가동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의 카이로스파워 계약, 아마존의 X-에너지 투자 등의 소식이 잇따르자 뉴스케일파워의 주가는 16일(현지시간) 40.01% 급등한 19.0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오클로도 구글과 카이로스파워 계약 사실이 알려진 뒤 이틀 연속 주가가 10% 안팎으로 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운영을 위해 2026년까지 세계적으로 114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는 오는 2050년까지 원자력 용량이 최대 404GW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로버트 에클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최근 미국 포브스 기고를 통해 “데이터센터는 세계 에너지 수요의 1~2%를 차지하며 향후 10년간 3~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빅테크는 모두 2030~2040년 넷제로 달성을 약속했다”며 “원자력은 넷제로 달성에 있어 중요한 해결책으로 SMR의 장점이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원전 선호도를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샤 버키 테라파워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역시 지난 15일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세계적인 넷제로 목표 달성 흐름 속에서 AI 데이터센터의 청정에너지 전환은 필수이며 그 핵심은 원자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빅테크의 SMR 확보 경쟁에 일찌감치 SMR 사업에 투자해 온 국내 주요 기업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X-에너지에 투자한 두산에너빌리티와 DL이앤씨 외에도 SK그룹과 HD현대그룹,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SMR 기업에 투자하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생산전문기업)으로서 2021년부터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 X-에너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로 X-에너지 기자재 공급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등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곧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SMR 제작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이라며 “SMR의 대규모 양산을 위한 첨단 제조 기술 개발 및 설비 확충 등 미래 먹거리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 첫 SMR 실증단지 건설에 돌입한 테라파워에는 SK㈜와 SK이노베이션이 2억5000만달러, HD현대가 3000만달러를 각각 투자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만든 SMR 기업으로 원자로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경수형 원전을 개발 중이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최초로 설계 인증을 받은 SMR 기업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GS에너지로부터 각각 1억400만달러, 7000만달러, 4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은 상황이다. 최근 플루어와 루마니아 SMR 사업 관련 기본설계(FEED) 2단계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