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수 3인,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

“포용적 제도가 富창출, 한국 대표적”

韓경제 당면과제로 고령화 등 언급

“한국,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 성공 이룬 나라”
다론 아제모을루
“한국,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 성공 이룬 나라”
사이먼 존슨
“한국,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 성공 이룬 나라”
제임스 로빈슨

사회적 제도가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를 거머쥔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바람직한 제도에 기반해 이뤄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는 평가를 내놨다.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는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 3인에게 돌아갔다. 왕립과학원은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상자들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미치는 요인으로서 정치·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연구에 힘써왔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번영과 빈곤의 역사적 기원, 새로운 기술이 경제 성장과 사회 양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해온 경제학자다. 존슨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며, 로빈슨 교수는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다.

이들은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나라에서 경제 성장과 국가 번영이 이뤄진다고 봤다. 포용적 제도란 일반 대중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그 반대의 개념으로는 소수의 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착취적 제도’를 제시했다.

이들은 정치적인 제도가 나라의 부를 창출한다고 판단, 포용적 제도를 도입하면 모든 사람에게 장기적 혜택이 돌아가지만 착취적 제도에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단기적 이익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 시스템이 통제권을 지니면 미래 경제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로빈슨 교수와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집필했고, 또 존슨 교수와는 기술이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권력과 진보’를 펴낸 바 있다.

이들은 남북한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지한파’로 통한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대학 측이 주최한 온라인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에 대한 질의에 “남북한은 제도의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남북한은 분단되기 이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서로 다른 제도 속에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격차가 열 배 이상으로 벌어진 사례”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같은 한국의 발전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면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매우 어려웠지만 민주화 이후 성장 속도를 더 높였고 성장 방식도 더 건강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존슨 교수 역시 공동 회견에서 자신의 배우자가 한국계라고 소개한 뒤 “쉬운 여정이 아니었고 오늘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훨씬 나은 상태이며 다른 나라들이 이룬 것에 비해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면서 “이는 우리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지향하게 만들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교수도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며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언급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속한 고령화를 겪는 국가들은 많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새로운 생각과 기술에 대한 개방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은 경쟁 압력을 통해 도전에 대처하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