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3분기 실적 시즌의 출발 신호로 여겨졌던 삼성전자·LG전자 잠정 실적 결과가 증권가의 전망치에 한참 미치지 못한 가운데, 미국발(發) 침체 공포와 ‘반도체 겨울론’ 등의 이유로 하향 조정한 나머지 상장주의 실적 눈높이도 더 낮춰 잡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증권가를 휘감는 모양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이익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던 상반기와 달리 ‘어닝 쇼크’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서도 유독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코스피 지수가 반등 모멘텀을 찾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헤럴드경제는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한 195개 코스피 상장사, 65개 코스닥 상장사의 올해 3분기와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3곳 이상 제시)에 대해 분석했다.
지난 10일 기준 코스피 195개사의 영업이익 예상치(삼성전자·LG전자는 잠정실적 발표 수치) 합산액은 66조4803억원으로, 지난 8월 기준 72조1105억원 대비 7.81%(5조6302억원)나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하향 전망은 전반적인 추세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 총 195개 종목 가운데 3분의 2에 달하는 129개사(66.15%)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최근 2개월 사이에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향후 코스피 향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가총액 상위 섹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 눈높이가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 눈 여겨 볼 포인트다.
국내 증시의 향방을 사실상 결정짓는다 볼 수 있는 반도체 섹터에선 ‘시총 1위’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시총 2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도 2개월 전에 비해 4.61% 하향(7조825억→6조7559억원)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섹터에 대한 이익 전망치 하향세도 두드러졌다.
국내 ‘시총 3위’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 예상액은 지난 8월 대비 17.20% 하향(5073억→4200억원)됐다. 이어 SK이노베이션(-16.30%, 3778억→3162억원), 삼성SDI(-13.09%, 2008억→1745억원), LG화학(-7.86%, 6528억→6015억원) 등 섹터 내 시총 상위 종목들의 영업이익 전망도 다 함께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 밖에도 영업이익 예상치 감소폭이 두드러졌던 종목은 S-Oil(-70.32%, 3493억→1037억원), 롯데케미칼(적자전환, 339억→ -817억원)로 대표되는 석유화학 섹터였다.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폭이 각각 0.66%, 0.88%에 그친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주(株)는 상대적으로 실적 선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총 65개 주요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 예상 합산액도 1조2016억원으로 2개월 전(1조2938억원)에 비해 7.12%(922억원)나 낮춰 제시되면서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치가 시간이 지날 수록 낮게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실적 모멘텀이 둔화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코스피 실적 전망치의 하향 조정을 이끈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지난 8월부터 둔화한 반도체 실적 모멘텀을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이달 하순에 쏟아져 나올 주요 대형 상장주의 실제 영업이익 수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 8일 가장 먼저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9조1000억원)와 LG전자(7511억원)의 성적표는 불과 2개월 전 예상치였던 13조6606억원, 10조390억원과 비교했을 때 각각 33.38%, 27.71%나 떨어진 수준이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출 중심의 대형주의 경우 원/달러 약세 등 환영향이 마진 축소로 이어질 경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10월 중에는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에 나섰던 삼성전자, LG전자를 시작으로 ▷21일 포스코홀딩스 ▷22일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23일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삼성물산 ▷24일 현대차, 기아, KB금융, LG생활건강 ▷30일 삼성에스디에스, 키움증권 ▷31일 카카오, 네이버, 하이브, 서울반도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의 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최근 ‘랠리’를 지속 중인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증시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증시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완화할 수 있기 위해선 3분기 실적 시즌의 이익 개선이 전제 조건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최근 글로벌 대비 하향 조정되며 이익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국면은 기업 이익 가시성 측면에선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이달 코스피 예상 밴드로 2450~2800포인트를 제시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한 번에 50bp 금리 인하, 1bp=-0.01%포인트)’ 등 위험자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익 모멘텀 둔화가 지수 상승폭 제한으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과 관련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정부 주도의 주가 부양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것도 국내 증시 상승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라며 “금투세 시행과 관련한 결론을 도출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상법 개정 등을 통한 국내 증시 선진화 조치에 속도를 낸다면 주가 하방 압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