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물코기”
이 단어 하나면 누군지 안다. 에드워리 리.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에서 서툰 한국말, 수려한 요리 실력으로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은 그다.
이미 그는 유명했다. 2010년 미국 유명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의 우승자. 2023년 윤석열 대통령 방미 도중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게스트 셰프로도 얼굴을 알렸다.
이게 전부일까. 아니다. 에드워드 리의 진면목을 상징할 하나의 키워드가 더 있다. 바로, ‘LEE 이니셔티브’다.
‘LEE 이니셔티브’는 레스토랑 산업의 다양성과 평등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를 목표로 2018년 설립됐다. 린지 오프카첵(Lindsey Ofcacek)과 에드워드 리가 공동 설립자다.
‘LEE 이니셔티브’의 ‘LEE’는 에드워드 리의 이름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본뜻은 따로 있다. ‘Let‘s Empower Employment(고용을 강화하자)‘의 약자다. 이름부터 남다르다.
남다른 이름만큼이나 이 단체의 활동도 남다르다. 요리사가 세운 비영리 단체답게 요리사를 지원한다. 다만, 그 대상이 남다르다. 바로 여성, 그리고 흑인이다.
특히, 주방 브랜드 하인즈(HEINZ)와 함께 진행하는 ‘하인즈 블랙 키친 이니셔티브’이 대표적이다. 실제 ‘LEE 이니셔티브’ 홈페이지엔 인종 평등을 추구하는 한 레스토랑 창립자의 글이 적혀 있다.
“전 흑인이 소유한 레스토랑이 존재하고, 흑인의 요리 유산을 사업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하고 싶다.”
상상해보자. 우리가 통상 떠올리는 셰프엔 왜 흑인이 없을까. 이 당연한 질문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애드워드 리는 ‘LEE 이니셔티브’를 통해 꾸준히 모금 및 후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8월만 해도 100만달러(약 13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유치, 흑인 요리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들을 후원했다.
코로나로 전 세계 식당이 존폐 위기를 겪을 때의 구제 활동도 있다. 비대면이 의무화되면서 상당수 레스토랑들이 망했다. 전 세계 공히 벌어진 일이다. 그럼 레스토랑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이들은 어떻게 될까?
코로나 여파로 수많은 레스토랑 직원이 해고됐고, 남은 이들도 근무시간이 줄었다. 에드워드 리는 정말 끼니 해결조차 어려운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 역시, 코로나 직격탄으로 레스토랑을 문 닫아야 했던 때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여파로 레스토랑을 문 닫아야 할 때 음식을 그냥 낭비하기보단 적어도 해고된 직원을 위해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내 이건 일개 레스토랑이 아닌 국가적인 문제란 걸 깨달아 방안을 모색, 15개 레스토랑을 통해 약 300명에게 음식을 제공하게 됐다”고 전했다.
매일 300끼니를 제공해야 하는 일, 하루 이틀이 아닌, 몇 주 몇 달이 걸릴 일이었다. 그 역시 돈이 필요했다. 이를 널리 알리고 기업들을 설득하며 기부금을 모았다. 그렇게 그는 코로나 기간, 이 구제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플라스틱 프리’ 레스토랑…새로운 도전
에드워드 리는, 또 다른 시도를 앞두고 있다. 그가 새롭게 고민한 건 바로 요식업계의 ‘플라스틱 프리’다. 수백년간 썩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는 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순 없을까. 그래서 추진하는 게 비영리 한식 레스토랑 ‘시아(Shia)’다.
“주방만이 아닌 레스토랑 전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한 모든 플라스틱을 없애는 게 목표입니다.”
이 레스토랑은 5년간 운영하며 요식업계에서 플라스틱을 없앨 방안을 실험한다. 플라스틱병을 쓰지 않는, 당장 실천가능한 것은 물론, 식자재 공급업체가 유통 및 납품 과정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안 쓰도록 설득하는 작업 등까지 진행한다. 공급업체에 플라스틱 대신 재사용 용기를 사용해주길 요청하는 식이다.
그는 “거의 모든 음식 재료가 레스토랑에 배달되는데, 대부분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이를 포기하게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반문했다. “레스토랑에서 정말 짜내는 플라스틱 병(squeeze bottles)이 필요할까요? 우린 그저 음식을 아름답게 플레이팅하는 데에만 이걸 쓸 뿐입니다.”
만약 100개의 레스토랑에서 이 플라스틱병을 쓰지 않게 된다면? 그 수가 1만개, 10만개로 늘어난다면?
그가 레스토랑 시아를 통해 증명하고 싶은 게 이런 것들이다.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안 쓰더라도 충분히 경쟁력 있지 않을까. 그는 말했다. “요식업계에 영감을 줄 수만 있다면, 우린 당장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이번 활동을 통해 ‘플라스틱 프리’ 정책이 실제 레스토랑 운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그가 말하는 건 절대선이 아니다. 무작정 플라스틱을 쓰지 말라는 비현실적 태도도 반대한다. 그가 원하는 건 실제 적용한 데이터, 현실적인 결과물이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면 비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정확히 알고 싶은 마음”이라며 “이 데이터를 얻게 되면 업계와 공유할 것이다. 친환경 경영을 고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운영을 해보면 망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 결과 그대로 향후 친환경적인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플라스틱을 무조건 써야 한다,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실제 실천해보고 그 결과물을 그대로 공유하는 것. 그게 그가 바라는 레스토랑 시아의 성과다.
‘흑백 요리사’는 이미 유명한 그에게 더 큰 인기를 선사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는 다수의 인터뷰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 말한다. “더 많은 기부,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하다.”
그에게 요리는 어쩌면 ‘목표’가 아닌 ‘수단’일지 모른다. 여성, 흑인, 해고자, 그리고 환경에 이르기까지. 그가 나누려는 목표를 위해 그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수단. 그게 바로 더듬더듬 “물코기” 요리사의 요리 진면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