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상치 웃돈 CPI·실업보험 청구건수 최대치에 증시↓
11월 금리 인하 두고 동결 가능성도 제시돼
삼성전자 하락세에 증권가 “반도체주 투심 회복 중요”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하루 사이 분위기가 뒤집혔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가 ‘빅 컷(한 번에 기준금리 50bp 인하, 1bp=0.01%포인트)’ 후 처음 발표된 물가 지표인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다시 울상이다. 기대했던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소폭 웃돌고, 나아가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 또한 작년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회복되는 듯했던 고용 둔화 우려가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9월 CPI가 전월보다 0.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0.1% 상승보다 높은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4% 올라 마찬가지로 시장 예상치 2.3%를 상회했다. 9월 근원 CPI도 전년 동기 대비 3.3% 오르며 시장 예상치 3.2%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3% 올라 예상치 0.2%를 상회한 수치다.
고용 둔화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별도로 발표한 실업수당 지표에서는 고용이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25만800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직전주보다 3만3000명 늘어난 수치이자 시장 예상치 23만1000명을 웃도는 수치다. 또한 작년 8월 첫째 주의 25만8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실업보험이 늘어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이 더 생긴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 기조를 주가에 반영하고 있어 예상치보다 많은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고용 불안을 자극하는 재료로 받아들였다.
이에 조셉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실업보험 수치는 허리케인이나 보잉 파업 같은 외생적 요인의 시작일 뿐일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중요한 경제 지표가 왜곡되는 흐름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S&P500은 0.47%, 나스닥지수는 0.75% 갭 하락한 채 장이 열렸다. 하지만 갭을 줄이려는 평균회귀성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지수는 낙폭을 줄였고 장 중 여러 차례 등락을 거듭한 끝에 약보합으로 마감하게 됐다.
1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7.88포인트(0.14%) 하락한 4만2454.12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99포인트(0.21%) 내린 5780.05에,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9.57포인트(0.05%) 밀린 1만8282.0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지표는 향후 금리 인하 폭과 맞닿아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쏠렸다. 이미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공개된 위원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린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의 발언을 보면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더해졌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9월 CPI가 나온 뒤 공개 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의) 이런 변동성은 11월에 (금리 인하를) 잠시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부합한다”며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분명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연준 인사들은 금리 인하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나의 현재 경제 전망에 따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책 금리를 더 중립적인 수준으로 움직이는 과정을 이어 나가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전반적인 추세는 분명히 인플레이션이 많이 떨어졌고, 고용 시장이 완전 고용으로 간주하는 수준까지 냉각되었다는 것”이라며 연방기금금리가 장기적으로는 현재 수준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해외 반도체주는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강세 분위기를 이어갔다. 엔비디아는 1.63% 오르며 시가총액이 3조3068억달러까지 불어나 시총 2위 자리를 조금 더 굳혔다. 또한 주요 기술주를 담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6% 상승했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생산) 대만 TSMC가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반면, 국내 반도체주는 대장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부진 여파가 크다. 10일 삼성전자 주가는 3분기 실적 부진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1년 7개월 만에 5만원대로 내려앉은 5만8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3분기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며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을 감안해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이미 발표한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지나치게 부진한 실적”이라며 “전통적으로 재고조정과 완제품 관련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4분기에도 경쟁 업체 대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NH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KB증권 등 다른 증권사 또한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8만원대까지 낮추며 4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회복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에 대한 엔비디아 승인 여부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당초 9월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에 대한 HBM3E 8단 인증이 10월 중으로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인증의 성공적인 통과 여부는 삼성전자의 단기 주가뿐 아니라 내년 HBM 사업 부문의 본격 성장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날 대비 4.89% 오른 18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1조5000억원 이상 앞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이유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 투심 회복 여부가 국내 증시 흐름을 결정할 변수”라고 설명하면서 “이어지는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 한국은행 금통위 발표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