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선임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임대형 창고에 보관돼 있던 현금 수십억원을 훔쳐 달아난 40대 창고 관리 직원이 3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도난 당했다는 현금 신고액은 68억원인데 잡힌 절도범은 훔쳐간 돈이 40억원이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절도 경위는 물론 돈의 출처 등을 두고 다각도의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절도범은 당초 돈이 들어있던 가방에 종이를 채워넣고 폐쇄회로(CC)TV 하드디스크를 훼손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야간방실침입절도 등 혐의로 40대 A씨를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 사이 관리 업무를 맡은 송파구 잠실역 인근 한 임대형 창고에서 현금 최소 40억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창고는 1∼2평 단위로 임대해 사용하는 창고로, 현금 68억원을 5만원짜리 묶음으로 여행용 캐리어 6개에 나눠 보관 중이었다는 것이 피해자의 진술이다. A씨는 직원용 마스터 번호로 피해자의 창고를 연 뒤 가져온 캐리어에 현금을 다발째 옮겨 담았다. 5만원권으로 가득찼던 캐리어에는 A4 용지로 가득 채웠다. A씨는 이후 같은 층에 있던 아내 명의 창고에 돈을 넣은 가방을 옮기고 며칠 뒤 아예 창고에서 가지고 나왔다.
그는 범행 전후 직접 CCTV 전원 코드를 뽑아두고 CCTV 하드 디스크도 훼손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다량의 현금을 운반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는 A씨의 어머니 B씨가 도움을 줬다. B씨는 지인이 관리하던 경기 부천 원미구의 한 건물 내 창고로 쓰는 화장실에 아들이 훔친 돈을 보관했다.
피해자가 도난 사실을 알게 된 건 범행 2주 뒤인 지난달 26일이다. 피해자는 지인인 30대 여성 C씨에게 창고에서 현금이 든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가 뒤늦게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 C씨 역시 종이로 가득차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창고 밖을 빠져 나온 다음에야 현금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는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C씨를 당초 용의선상에 뒀다가 건물 복도 등에 설치된 CCTV 영상 등을 분석, 추적한 끝에 이달 2일 경기 수원의 한 거리에서 A씨를 체포했다.그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체포 이튿날 새벽 부천의 창고에서 돈이 담긴 박스가 발견되자 뒤늦게 인정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부천의 창고에서 발견된 39억2천500만원만 훔쳤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이 외에도 A씨가 채무 변제를 위해 지인에게 9천2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며칠 전 업무차 창고를 둘러보다가 지퍼가 살짝 열린 (피해자의) 캐리어를 우연히 발견해 욕심이 생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거액의 현금이 임대형 창고 내에 보관돼 있던 경위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절도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며 "현금 출처와 관련해서도 범죄 수익금인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압수한 현금을 보관 중이며 출처를 확인한 뒤 피해자에게 돌려줄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A씨를 11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씨의 모친 B씨도 장물 보관·운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