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여사 수사 촉구 현수막 철거한 구청 처분에

[헤럴드경제=김태열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보당의 현수막을 구청이 철거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진보당이 서울 송파구청장과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정당 현수막 철거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송파구청과 서대문구청은 지난 1월 진보당이 길거리에 게시한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는 내용의 정당 현수막을 철거했다.

구청은 현수막이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해 비방하거나 모욕해선 안 된다는 당시 서울시 조례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조례 규정이 '법령 우위 원칙'을 위반한다며 진보당의 손을 들어줬다. 조례 규정 내용이 상위법령인 옥외광고물법에 부합하지 않아 처분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옥외광고물법의 개정 경과와 그 내용에 비춰보면 법령을 통해 직접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전국에 걸쳐 통일적이고 일률적으로 규율하려는 취지"라며 "이 법은 하위 법령인 조례로 정당 현수막과 관련한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정당 현수막에 관한 규율은 그 본질상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위임 없이 조례로 규율할 수 있는 사항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옥외광고물법이 정한 것보다 엄격하게 규정하는 이 사건 조례 규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7월 정당 현수막 개수를 제한하고 전용 게시대에만 걸도록 강제한 지자체 조례들이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