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강연
AI 작곡가 ‘이봄’ 개발…“음악도 디자인과 같아”
“AI는 인간 대체 못해…상생하는 AI 만들어야”
[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인공지능(AI) 작곡가를 활용하면, 음악을 몰라도 나만의 음악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8일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24에서 ‘음악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AI는 인간을 도와 능력치를 극강으로 끌어올리는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다.
안 교수는 2016년 국내 최초의 AI 작곡가 ‘이봄(EvoM)’을 개발했다. 이후 2017년부터 AI 음악 전문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를 창업하면서 기술 개발을 이어갔다. 클래식에서 EDM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 홍진경·에일리 등 유명 가수와 협업하면서 이름을 떨쳤다.
안 교수가 AI 작곡가 개발이 가능하다고 믿은 이유는 간단했다. 작곡 과정에 깃든 ‘패턴’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는 “건축이 설계 절차를 지니고 있듯, 음악도 형식·길이·구간·박자·화성 등 창작 요소를 차례대로 채워가며 완성된다”며 “이 구조적인 절차를 디자인하는 게 작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봄은 최근 잘 알려진 ‘딥러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AI다. 안 교수에 따르면, 딥러닝을 활용한 AI 작곡은 예술성이 비교적 떨어진다. 그는 “딥러닝은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으로, 무수한 양의 데이터가 필수”라며 “딥러닝 방식 작곡이란 수많은 음악을 마구잡이로 들려준 뒤, 이와 비슷하게 창작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음악은 무한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무작위로 집어넣어 작곡하면 실망스러운 작업물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봄은 이와 달리 음악 지식을 습득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인간의 작곡가의 작업 절차를 그대로 구현해내, 예술성까지 갖춘 게 특징이다. 안 교수는 “인간 작곡가를 모티브로 삼아 이봄을 개발했다”며 “인간 작곡가는 어떤 곡이 음악 지식·이론에 더욱 부합하는지 평가하는 절차를 반복하면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데, 이봄은 이 절차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봄이 학습한 음악 지식은 사용자의 ‘창작 욕구’를 실현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안 교수는 “인간은 감정과 영혼을 끌어내서 창작하려는 욕구가 있다”며 “기존 딥러닝 바탕 AI과 달리 이봄은 이 창작 욕구를 모두 반영한 음악을 5분 만에 실현한다”고 밝혔다.
실제 안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이봄과 함께 곡을 만드는 모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AI를 활용해 음악을 ‘디자인’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감수성이 깃든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며 “이것이 이봄이 추구하는 철학”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AI 활용 철학도 ‘상생’이다. 안 교수는 “이봄은 ‘선한 AI 작곡가’란 키워드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며 “인간을 조력하는 존재로서 AI를 개발한다면 인간을 위한 기회를 창출하는 창구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