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부회장 잠정실적 발표 당일 이례적 메시지

“모든 책임은 사업 이끄는 경영진에게 있어”

삼성전자 경영진 사상 첫 ‘실적 반성문’…“기대 못 미치는 성과 송구”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으로 지난 5월 부임한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8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 당일에 이례적으로 고객·투자자·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전 부회장은 메시지에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주가하락, 기술 경쟁력 우려 등 현재 상황에 대한 엄중함을 인식하고 위기극복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은 현재 당면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제시했다. 또한 기회가 될 때마다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고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하고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이 반도체 수장으로서 실적 부진과 주가하락에 대한 책임을 절감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온 몸을 던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지난 8월 사내 메시지에 이어 투자자·고객과 더 진솔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지난 8월 DS부문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현재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 축적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新조직 문화’ 코어 워크(C.O.R.E work)를 제시했다. ▷문제 해결과 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효과적으로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Execute)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5월 취임 직후에는 “무거운 책임감과 비상한 각오로 더욱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며 “우리의 기술력과 뛰어난 인재, 협력과 소통의 문화를 발판으로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