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빅터 앰브로스(Victor Amvros) 교수와 하버드 의대 개리 러브컨(Gary Ruvkun) 교수다. 이들은 암을 포함한 난치병의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 ‘마이크로RNA(mRNA)’를 발견한 공로로 이번 노벨상을 수상했다.
마이크로RNA는 20~24개의 염기로 이뤄진 작은 RNA다. 세포 내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중요한 분자로, RNA와 달리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세포 성장, 발달, 분화 등 여러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유전자 발현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밀하게 이해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앰브로스 교수는 미생물인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배아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다가 마이크로RNA를 처음 발견했다. 러브컨 교수는 선충 모델을 통해 마이크로RNA가 생물의 유전자 발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생리학교실 장수환 교수는 "두 교수의 연구는 암, 심혈관질환,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적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힌 데 기여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김경미 삼성서울병원 맞춤진단연구센터장(병리과 교수)은 " ‘마이크로RNA(mRNA)’(miRNA)의 발견은 의학이 우리 몸의 전체 시스템에 대해 한 차원 더 고차원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고 설명했다.
‘마이크로RNA(mRNA)’가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해당 분야를 연구하여 임상에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맞춤진단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유전자 수준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아직 임상적으로 이를 활용한 치료제 등이 적용된 사례는 없지만 보조 바이오마커로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삼성서울병원이 2018년에 발표한 위암 관련 연구에 따르면, 조기 위암에서만 132개의 ‘마이크로RNA(mRNA)’가 확인됐다.
방오영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장(신경과 교수)은 " ‘마이크로RNA(mR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 발견은 유전자 발현에 대한 연구에서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방 교수는 본인이 설립한 회사에서 ‘마이크로RNA(mRNA)’를 탑재한 줄기세포 기반 엑소좀 치료제로 뇌졸중, 모야모야병, 뇌퇴행성 질환 등에 치료 효과를 높이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